"비가 오지만...4-0으로 이길 것 같아요."
'수능 한파'도 계속해서 내리는 겨울비도 팬들의 축구 사랑을 막진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이후 한국은 21일 중국 선전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과 맞붙는다.
싱가포르 FIFA 랭킹은 155위다. 한국(24위)과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다.
경기가 열리는 16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부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오후에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수능 한파의 명성답게 체감 온도는 약 4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전 좌석을 매진시킨 팬들은 우산과 우비를 입고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쪽 스탠드는 인파로 가득했다. 대표팀 머플러와 붉은 악마 머리띠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표팀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선수들 개인별 등신대가 포토존으로 준비돼 있었고, 한쪽 구석엔 선수들 이미지에 합성해 네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이즘' 부스가 자리했다.
인기 스타는 역시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31, 토트넘)이었다. 나란히 붙어있는 두 선수의 등신대만 유독 긴 줄이 형성돼 길을 막을 정도였다. 팬들은 떠오르는 스타 이강인, 주장 손흥민과 함께 추억을 남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십 분을 기다렸다.
특히 포토이즘 부스의 인기가 엄청났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길게 줄이 있었지만, 기다리는 팬들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두 대밖에 없는 부스로는 팬들의 열기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팬은 "4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아직도 줄이 조금 남았다. 그래도 기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재훈 씨와 김동영 씨, 이정헌(이상 21) 씨도 같은 마음이었다. 대학교 동기끼리 경기장을 찾게 됐다는 이들은 "처음으로 다 같이 축구장에 오게 됐다. 이미 2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2시간도 더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안 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 역시 최애 선수로는 이강인과 손흥민을 뽑았다. 이전부터 PSG 팬이었다는 신재훈 씨는 PSG 유니폼은 물론이고 PSG 담요까지 등에 둘러매며 팬심을 증명했다. 그는 "이강인 선수가 오기 전부터 팬이었다. 처음에 이강인 선수가 온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 믿기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김동영 씨와 이정헌 씨 역시 각각 이강인, 손흥민의 대표팀 유니폼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세 친구 모두 한국의 대승을 예상했다. 이정헌 씨는 "3-0이나 4-0으로 이길 것 같다. 손흥민 선수가 두 골 넣을 것 같다"라며 손흥민의 발끝에 기대를 걸었다. 김동영 씨는 "5-0 대승. 이강인 선수가 1골 2도움을 기록해 줄 것"이라고 예측했고, 신재훈 씨는 "비가 오고 있지만...4-0 정도로 이길 것 같다. 이강인 선수가 어시스트를 하나 올리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비가 오는 만큼 부상 조심하고, 그냥 열심히 잘 뛰었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주길 바란다"라며 "손흥민 선수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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