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 우리은행의 승리 DNA는 여전했다.
아산 우리은행은 15일 아산이순시체육관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종료와 동시에 이명관의 버저비터 위닝샷이 터져 청주 KB스타즈를 72-71로 눌렀다.
개막 후 3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KB스타즈(2승1패)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기며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챔피언 우리은행이 불리한 경기였다. 우리은행은 개막전부터 유승희가 무릎십자인대가 끊어진 중상으로 시즌아웃됐다. 불행이 끝이 아니었다. 나윤전은 하나원큐전에서 어깨가 탈골됐다. 고아라는 허리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에이스 박혜진이 뛰지 못하는 상황. 노장 김정은은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호화군단 우리은행이 하루아침에 뛸 선수가 부족했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정말 뛸 선수가 없다. 신인들까지 대기시켰다. 감독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지수가 100% 컨디션으로 돌아온 KB스타즈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첫 두 경기에서 KB스타즈는 상대로 19.5점차로 대파했다. 아무리 우리은행이라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기였다.
없는 전력이지만 우리은행의 정신력이 더 강했다. 최이샘의 3점슛으로 8점을 앞서던 우리은행은 강이슬에게 3점슛을 얻어맞고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종료 30초를 남기고 KB스타즈가 공격리바운드까지 잡아 승패가 거의 결정된 듯 보였다.
1점을 뒤지고 마지막 수비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3.6초를 얻었다. 박지현이 잡은 공을 골밑의 이명관에게 넘겼다. 이명관의 골밑슛이 한 번 림을 맞고 종료 부저와 동시에 골이 됐다.
마치 영화 ‘슬램덩크’ 산왕전을 본 것처럼 우리은행 선수들은 미친듯이 얼싸안고 기뻐했다. 기적적인 승리가 본인들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친 KB스타즈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경기 후 위성우 감독은 “재밌게 했다. 선수들에게 두말 할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이)명관이가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슛이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최이샘도 정말 잘해줬다. 모든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었다”며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버저비터의 주인공 이명관은 “지수가 (블록슛을 하러) 날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못 넣으면 대역죄인이다 싶었다. 지현이가 (패스를) 잘 줬다”면서 웃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