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장·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되새긴 한마디 "주장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일문일답)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15 16: 00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주장으로서 갖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이후 한국은 21일 중국 선전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과 맞붙는다.
주장 손흥민은 싱가포르전을 하루 앞둔 15일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강행군을 치르고 온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경기를 마치고 한국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03.24 / dreamer@osen.co.kr

전반 한국 손흥민이 선제골을 작렬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2023.03.24 / dreamer@osen.co.kr

손흥민은 지난 11일 울버햄튼 원정 경기를 마치자마자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올 시즌 리그 8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다만 최근엔 첼시(1-4)와 울버햄튼(1-2)을 상대로 연패에 빠지며 주춤하고 있는 상황.
이제 손흥민은 잠시 토트넘은 잊고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을 누빈다. 그는 "오랜만에 상암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중요한 대회를 앞둔 만큼 스타트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축구에선 언제나 쉬운 경기가 없다. 항상 이변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런 이변이 한국에서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도록 선수들도 잘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손흥민은 "분위기도 상당히 좋다. 계속 결과를 못 내고 있었는데 지난 소집에서 좋은 결과와 경기를 내면서 자신감도 올라갔다.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 선수들도 좋은 책임감을 지니고 경기장에 나갈 것 같다"라며 "또 감독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수험생 여러분도 겁먹거나 긴장하지 말고 좋은 컨디션으로 수능 시험 잘 치르시길 바란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앞서 홍현석이 클린스만호의 축구를 '수비는 콤팩트하게, 공격은 자유롭게'라 표현했다. 세부 전술이나 세밀한 지시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는데.
자유라는 단어 선택 자체가 상당히 자유로운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분명 달라질 수 있다.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지난 경기에서 그렇게 많이 득점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말하는 자유로움 안에 약속된 플레이나 세밀함이 들어가 있다.
선수들의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고, 좋은 컨디션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우리 팀의 가장 큰 무기다. 포지션도 움직임도 우리가 준비한 건 기본적으로 한다. 감독님께서 가장 강조하시는 게 기본이다.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나 '기본을 가장 중요시하자'라고 많이 요구하신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원하는 위치나 움직임은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다. 많은 분들도 우리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면 섬세함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시지만, 훈련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감독님도 그만큼 선수들을 믿고 계신다. 분명히 우리 팀의 큰 무기 중 하나다.
- 2026 북중미 월드컵이 4번째 월드컵이다.
4번째 월드컵을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있다. 내 위치에서 현재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미래에 사는 사람도, 과거에 사는 사람도 아니다. 현재에 사는 사람이다. 이번 두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 
이젠 대표팀에도 나보다 어린 선수가 정말 많다. 내가 많은 걸 가르쳐 줄 위치는 아니지만, 경험을 공유해 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많이 가르쳐 주고 싶다. 선수들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월드컵 여정은 길고, 좋은 길만 갈 순 없다. 떨어질 때도 있고, 가시밭길을 걸을 때도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지켜줘야 한다. 물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2차예선부터 우리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꾸려서 잘 준비하고 싶다.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베트남의 평가전이 열렸다.전반 대한민국 황희찬이 2-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2023.10.17 /cej@osen.co.kr
- 싱가포르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싱가포르 기자)
프리시즌에 싱가포르 팀과 만난 적 있었다. 내가 전반전만 뛰긴 했지만, 1-1로 비기는 상황이었다. 시즌 첫 경기였고, 몸을 만드는 상황이긴 했으나 토트넘을 상대로도 1-1로 (전반을) 마친 팀이다. 조심해야 한다. 경기를 뛰면서도 위협적인 선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 말대로 더 신경 쓰게 된다. 진중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기본을 실행해야 하는 경기다.
- 이강인, 황희찬 등과 시너지를 내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본인 몸 상태는 어떤지?
경기를 하다 보면 밟히기도 까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 걷어차곤 한다. 지금 몸 상태는 상당히 좋다. 시차 때문에 잠을 조금 못 잔 거 빼고는 괜찮다.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다들 소속팀에서 컨디션은 정말 좋다가도 한국에 오면 시차 적응이나 경기 날짜 때문에 훈련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월요일에 온 친구들도 있다. 발 맞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내가 따로 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희찬이나 강인이 등 모두가 좋은 기량을 갖고 있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그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내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마음껏 할 수 있는 플레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물론 내가 가장 잘해야 하고 솔선수범해야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선수들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수비 선수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플레이와 말을 해주려 한다.
[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 대표팀 주장과 토트넘 주장으로서 느끼는 차이가 있다면?
내가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고 생각진 않는다. 다만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려 하다 보니 그렇게 비춰지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도 참 운이 좋게 오래 주장을 하고 있고, 좋은 선수들과 오래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 주장의 무게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나도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서 뛰면서 많은 주장을 만났고, (박)지성이 형, (기)성용이 형, (이)청용이 형, (구)자철이 형에게 많이 배웠다. 모두 다른 캐릭터지만, 언제나 '주장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라는 얘기를 해줬다.
어찌 보면 내가 하는 행동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미지가 된다. 대표팀 주장은 내 경기만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 어릴 땐 나만 잘하면 형들이 알아서 잘해줬다. 지금은 이 경기장에 들어와 있는 선수, 벤치에 있는 선수, 뛰지 못한 선수들을 어떻게 챙겨줄 수 있을까 가장 고민하게 된다. 주장의 무게는 소속팀이나 대표팀이나 똑같다. 정말 영광스럽지만, 많은 부담감과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다. 대표팀 주장 경험이 소속팀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좋은 선수들과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조금 쉬워지는 것 같다. 선수들 덕분에 내 리더십이 회자되는 것 같다. 같이 뛰는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다.
- 귀화 선수 송의영을 상대로 만나게 된다. 코리안 더비나 북한전과도 또 다른 경험일 텐데 선수들과 따로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
사실 얘기를 많이 나눠보진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따로 얘기를 듣진 않았다. 대표팀 합류 전에도 황희찬 선수와 경기를 치렀다. 그렇지만, 내겐 그때만큼은 그저 상대팀 선수였다. 친한 동생도 아니고 위협적인 상대 선수였다. 그저 진중한 상대 선수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 선수도 서로를 존중하겠지만, 나로선 그 선수가 경기장에선 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난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 싱가포르가 수비적으로 나올 텐데. 지난 베트남전 대승이 좋은 경험이 됐을지?
축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다 내려서 수비하면 어떤 팀을 만나도 쉽지 않다. 얼마나 일찍 찬스를 만들고, 골을 넣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분명히 지난 경기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 경기 다른 시스템, 다른 환경, 다른 상대를 만나다 보니 축구엔 정답이 없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여러 옵션이 있기 마련이다. 내일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경기가 시작돼야 알 수 있다. 지난 경기가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내일은 또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들 모두 책임감을 갖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초반에 찬스를 만들어서 경기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길 바란다. 그러면 많은 득점이 나올 것이다. 우리 팀 능력을 믿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팀이든 다같이 수비를 한다면 뚫기 쉽지 않다. 선수들도 항상 분석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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