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예상한 바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하던 황희찬(27, 울버햄튼)이 건강한 상태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독일 명문’ 뮌헨으로 온 김민재(27)는 ‘철기둥’ 면모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잦은 실수로 주목을 사고 있다.
울버햄튼은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 계정(SNS)을 통해 황희찬이 구단 ‘10월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팬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황희찬은 공격수 페드루 네투, 수비수 크레이그 도슨과 경쟁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이 인정할 만한 활약을 했단 뜻이다.
10월 동안 황희찬은 EPL 3경기 모두 나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달 8일 1-1로 비긴 아스톤 빌라와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A매치 후 복귀전이었던 21일 본머스 원정에선 칼라이지치의 결승골을 도왔다. 덕분에 울버햄튼은 2-1 역전승을 거뒀다.
황희찬은 10월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도 매서운 발끝을 자랑했다. 1-2로 뒤진 후반 26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려 팀의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뉴캐슬전 황희찬의 득점은 이번 시즌 리그 6호골로, 2021-2022시즌 EPL 입성 후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5골.
또 뉴캐슬전에서 황희찬은 울버햄튼 구단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남겼다. 1877년 구단 창단 이후 홈에서 6경기 연속으로 득점한 최초의 울버햄튼 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에버튼(2022-2023시즌), 브라이튼,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과 홈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번 시즌 벌써 EPL에서 6골 2도움(12경기 소화)을 기록한 황희찬은 손흥민(31, 토트넘)과 리그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다. 12경기에서 8골을 넣은 손흥민은 공동 3위, 6골의 황희찬은 공동 6위에 자리하고 있다.
팀 내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선 그는 구단의 '10월의 선수'로 선정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 11일 토트넘과 맞대결에선 황희찬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선배’ 손흥민과 EPL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달랐다. 당시 울버햄튼은 2-1 극장승을 거뒀다.
울버햄튼 ‘10월의 선수’로 선정됐단 소식을 접한 황희찬은 자신의 SNS에 “저에게 투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반면 김민재는 최근 실수를 연발했다. ‘혹사’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뮌헨이 치른 18번의 공식전 중 17경기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중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을 제외한 16경기에 전부 선발로 출격했다.
김민재는 지난 11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뮌헨과 FC 하이덴하임의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11라운드 맞대결에서 실점 빌미를 2차례나 제공했다.
하이덴하임과 경기에서 김민재는 집중력을 잃은 듯 보였다. 케인의 멀티골로 뮌헨이 2-0 앞서던 후반 2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하이덴하임의 에렌 딘키가 크로스를 올렸다. 이때 공은 김민재의 발 맞고 굴절, 박스 안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최종적으로 왼쪽으로 쇄도하던 팀 클라인디엔스트에게 연결돼 뮌헨은 추격골을 내줬다.
뮌헨의 두 번째 실점도 김민재의 실수가 빌미였다. 후반 25분 김민재는 수비 진영에서 판단 미스로 패스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앞에 있던 동료에게 빌드업 패스를 했는데 이를 상대팀 얀 니클라스 베스테가 가로챈 뒤 왼발 슈팅으로 뮌헨의 골망을 가른 것.
다행히 뮌헨은 이후 나온 하파엘 게레이로의 결승골과 에릭 막심 추포모팅의 쐐기골로 4-2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김민재 플레이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상당한 경기다. 나폴리 시절 '철기둥' 면모는 없었다.
앞서 이달 초 3부리그 소속 자르브뤼켄에 패해 뮌헨이 포칼컵에서 탈락했던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패스 미스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14일 "김민재는 중앙 수비수가 3명만으로 구성된 얇은 스쿼드를 가진 뮌헨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유일한 선수”라면서 “11월 A매치 기간 동안 실질적 회복 시간을 그가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엄청난 체력 소비)이 얼마나 지속될까?”라며 체력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김민재의 상황을 꿰뚫었다.
또 매체는 “(올여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 4경기 전부 풀타임 출전했다”며 “(뮌헨으로 올 때) 김민재는 ‘안녕하세요. 민재입니다’라고 소개했지만 지금은 ‘안녕하세요.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황희찬과 김민재는 현재 11월 A매치 기간을 맞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한국은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21일엔 중국과 원정 2차전이 예정돼 있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에게 실질적으로 회복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그는 A매치 기간에도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한국은 16일 서울에서 싱가포르와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21일엔 중국 원정을 떠난다. 이후 김민재는 25일 쾰른과 리그 경기를 통해 소속팀 복귀전을 치를 전망이다. 중국전 이후 80시간이 흐르지 않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김민재의 이동거리를 계산하면 약 2만km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에 불평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뮌헨을 선택한 이유는 ‘강도 높은 축구’를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포르트1’은 “어느 시점이 되면 ‘괴물(김민재)’ 조차 지치기 마련이다. 뮌헨은 김민재에게 휴식을 제공할 적절한 시기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