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이강인이 K리그에 있었다면 뛸 수 있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K리그를 향해 걱정 섞인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딘가 변명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싱가포르, 중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표팀 취약점으로 뽑히는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 이야기도 나왔다. 젊은 피가 없다 보니 선수층이 얇아진 해당 포지션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관한 계획을 묻는 말이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오른 풀백 4명 중 김진수(31), 이기제(32), 김태환(34) 3명은 30대 노장이다. 셋 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에 은퇴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박용우(30) 정도만이 전문 자원인 상황. 이순민(29)이나 홍현석(24), 황인범(27) 모두 수비에 강점을 지닌 미드필더 자원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양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우리도 고민하는 포지션"이라면서 "이기제, 김태환, 김진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이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도 어린 선수들로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두 포지션 모두 내부적으로 고민을 이어가겠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대책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K리그에 대한 우회적인 쓴소리를 내놓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023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선수들이 몇 명이나 꾸준히 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선수들은 해외에 진출했지만, 일부는 국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강인(PSG)이 18세에 K리그에서 뛰었다면 과연 경기에 나설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는 스페인에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출전해 지금의 이강인으로 성장했다. 도르트문트를 보면 주드 벨링엄,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처럼 어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성장시킨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에서는 어린 선수를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관심받지 못하던 선수들도 지켜보고 있다"라며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세르비아 리그로 임대를 떠난 조진호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조진호처럼 꾸준히 출전하며 성장 중인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K리그는 유럽 리그에 비해 젊은 유망주들을 기르는 데 소극적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자신이 대표팀에 발탁할 젊은 피도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실력을 자랑한 이강인과 벨링엄, 풀리시치가 올바른 예시인가는 의문이지만, 유망주 육성의 중요성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이 옳은 주장이다. 젊은 선수들이 곧 미래다.
K리그가 비교적 어린 선수들 기용에 있어서 다소 보수적인 것도 사실이다. 22세 이하(U-22) 의무출전 규정이 있긴 하지만, 선발로 나선 유망주들도 대부분 10~20분 정도만 소화한 뒤 교체되는 경우도 꽤 있다. 12개 팀 중 최대 3팀이 강등당할 수 있는 데다가 피지컬과 활동량을 강조하다 보니 경험 적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유망주들도 있다.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 중인 오현규는 물론이고 양현준, 이한범, 정상빈, 배준호도 이미 K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올 시즌에도 황재원과 김주찬, 고영준, 엄지성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에 얼마나 힘이 실리느냐다. 만약 그가 꾸준히 젊은 유망주들을 대표팀에 발탁하며 테스트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K리그를 잘 체크하고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다면 그의 말은 책임면피용 불평이 아니라 정당한 비판이 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니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2선 공격수들은 제쳐두더라도 수비 포지션에서조차 테스트가 많지 않았다. 사실상 김주성이 지난 베트남전에서 교체 출전해 약 14분을 소화한 게 전부다. 이한범이나 황재원 등 다른 선수들은 모두 외면받았다.
특히 황재원은 대표팀에서 고민이 많은 우측 풀백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고, 대구에서도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U-20 월드컵 4강에 올랐던 선수들이 얼마나 뛰는지 반문하기 전에 자신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선수들에게 얼마나 기회를 줬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대신 클린스만 감독은 소속팀에서 입지가 줄어든 이기제와 김태환을 계속 발탁 중이다. 이기제는 부상까지 겹치면서 수원에서 제대로 출전하지도 못했지만, 대표팀엔 언제나 합류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김태환도 지난 10월에 이어 다시 한번 선택받았다.
안현범과 이순민의 활용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폭발적인 질주와 공격력이 강점인 안현범에게 오버래핑을 자제시키는 이유,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에 가까운 이순민을 굳이 수비적으로 기용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의 K리그 이해도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열심히 체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에 상주하지 않고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근무 중이지만, 차두리 코치가 잘 커버해 주고 있다는 것.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에도 "지속적으로 해외 선수를 챙기기 위해 자주 나갈 것"이라며 "일부 포지션은 무조건 K리그 선수를 뽑아야 되는 게 맞다. 어린 선수를 발탁하려고 한다. 나도 K리그를 보고, 차두리 코치가 자주 커버하고 있다. 선수들을 디테일하게 지켜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엔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 지도자들을 작심 비판할 정도로 국내 유망주 육성에 관심이 많다면, 최소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끝난 뒤에는 적극적으로 실험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그의 우려를 변명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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