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승기를 잡았던 3세트에서 역전 당하면서 놓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다.”
불과 경기 전까지만 해도 당해연도 지역대회와 국제대회 싹쓸이를 뜻하는 ‘골든 로드’를 꿈꾸고 있었다.
징동 게이밍은 2023 LPL 스프링에 이어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MSI 2023에서도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LPL 서머까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이번 2023 LOL 월드챔피언십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스위스 스테이지까지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면서 역대 LOL e스포츠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한 해 싹쓸이, ‘캘린더 그랜드 슬램’ 또는 ‘골든 로드’에 유력하게 거론된 팀이었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징동의 꿈은 LCK 최후 희망 T1에게 물거품이 됐다. 롤드컵 5전제에서 단 한 번도 LPL에 패하지 않으며 불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T1은 징동을 통산 여섯번째 결승전의 제물로 삼앗다.
징동은 지난 12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T1과 경기서 1-3으로 패했다. 1세트 패해 이후 2세트 ‘369' 바이지아하오의 크산테를 중심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던 징동은 3, 4세트에서 연이어 넥서스를 지키지 못하며 2년 연속 4강에서 T1에게 무릎을 꿇게 됐다.
경기 후 스크럼 인터뷰에 나선 ‘옴므’ 윤성영 징동 게이밍 감독은 “3세트에서 사실 거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3세트에서 역전을 당하면서 3세트를 놓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패인을 말한 뒤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올해 진짜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그래서 우승도 세 번이나 할 수 있었다. (롤드컵) 4강에서 안 좋게 끝났지만, 그래도 진짜 잘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너무 주눅들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하기에 칭찬하고 싶다”고 팀원들을 위로했다.
덧붙여 윤 감독은 “3세트 역전을 당해서 진게 제일 아쉽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그런 픽을 줬어야 했는데, 내가 못해서 진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토인 코스에서 진영선택권을 가져간 상태에서 레드 사이드로 출발한 것에 대해 그는 “1세트를 패했지만, 생각했던 대로 상대 픽이 나왔다. 레드 사이드가 T1에게 더 잘 맞는다노는 생각도 했기에 가져오는 느낌으로 레드를 골랐다”며 “레드를 하면 아무래도 탑이든, 봇이든, 한 라인은 더 좋은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드래곤을 최대한 잘 공략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T1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우리가 잘 못해서 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 다시 레드 선택의 이유에 궁금즘이 나오자 윤 감독은 “T1이라는 팀이 레드에 더 잘맞는다고 생각했다. 메타도 우리가 하던 거에서 바뀌는 단계였다. 봇이나 탑에서 밀리지 않는 밴픽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4강전의 승부처는 단연 3세트. 징동 게이밍은 3세트 레넥톤-어공-탈리아-바루스-애쉬로 조합을 꾸렸다. 탑으로 레넥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 감독은 “레넥톤이 후반에 갈수록 힘이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고, 한타 후반에서도 최근 다른 챔피언에 비해, 대세 챔피언과 비교해 부족하지만, 우리는 봇을 완전히 박살낼 생각이었다. 탑은 버텨달라는 느낌으로 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감독은 “아지르 뿐만 아니라 렐, 오리아나 등 챔프에게 이니시에이팅을 많이 당했다. T1 선수들이 그런 챔피언을 잘 다뤘다. 그런 부분을 견제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잘하는 픽을 챙겨야 하는데 그걸 잘 하지 못했다”고 고개숙였다.
시리즈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를 묻자 “미드와 정글이 잘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미드-정글의 이니시에이팅에 많이 당했기 때문”이라고 ‘페이커’ 이상혁과 ‘오너’ 문현준을 막지 못한 것을 꼽았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