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LPL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MSI도 석권하며 승승장구 하던 징동 게이밍은 적수가 없다고 느껴지는 우승후보로 ‘LOL 월드챔피언십’까지 우승을 하면 ‘골든 로드’를 달성하는 첫 팀이었다.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4강까지 징동의 적수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LCK에는 최후의 희망 T1이 있었다. e스포츠의 리빙 레전드인 LOL 황제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일궈낸 ‘제우스’ 최우제와 ‘케리아’ 류민석, 서머 시즌 종료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은 ‘오너’ 문현준과 ‘구마유시’ 이민형이 똘똘 뭉쳐서 징동의 골든 로드를 가로막고, 홈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고배를 마시던 LCK의 자존심을 세웠다. T1이 우승후보 0순위 징동 게이밍을 제압하고 대망의 결승이 열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올라갔다.
T1은 12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징동과 경기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완벽한 조율 아래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이 고비 마다 대활약하면서 3-1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T1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롤드컵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2년 연속 징동을 깨고 결승 진출의 대업을 완성했다. 반면 징동은 4강에서 T1에게 무너지며 탈락의 쓴 잔을 마시게 됐다.
1세트부터 T1의 역사가 시작됐다. 8강 LNG전과 달리 블루 사이드로 1세트에 돌입한 T1은 아트록스-렐-오리아나로 상체를 꾸리면서 진-바드로 봇 듀오를 구성해 상체를 집중하는 조합을 편성했다. 징동은 럼블-바이-아칼리-자야-알리스타로 한타에 강한 전형적인 돌진 조합올 택했다.
상체 싸움에 포인트를 준 T1이 초반부터 전장의 평화를 시원하게 흔들었다. ‘제우스’ 최우제와 ‘오너’ 문현준이 퍼스트블러드를 합작했고, 곧이어 ‘제우스’가 통쾌한 솔로킬로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령 교전에서도 4킬을 더하면서 단숨에 6-2로 우위를 점했다.
초반에 타격을 입은 징동이 ‘카나비’ 서진혁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오브젝트 싸움에 나섰으나, ‘오너’ 문현준의 드래곤 스틸과 지속된 전투에서 속을 뻥 뚫어버리는 에이스가 터져나오면서 20분 이전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압도적인 T1의 공세가 계속됐고, 결국 징동의 넥서스는 24분대에 허물어지면서 1세트가 정리됐다.
그러나 우승후보 징동의 반격도 매서웠다. ‘카나비’ 서진혁이 초반부터 성장하면서 협곡의 판도를 지배, 20-7로 37분에 T1의 넥서스를 파괴하고 세트스코어의 균형을 1-1로 맞췄다.
3세트가 이날 4강전의 백미였다. ‘페이커’ 이상혁은 자신의 대표 시그니처 챔프인 아지르로, ‘오너’ 문현준은 렐의 신들린 가로채기로 징동에게 큰 거 한 방을 날렸다.
초반 징동의 봇이 유리하게 구도를 만들어, 조금씩 불리하게 끌려가는 상황에서 ‘오너’ 문현준이 드래곤 오브젝트를 가로채면서 분위기 반전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여기에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가 기막힌 궁극기 시전으로 한타 구도에서 T1을 웃게 만들고, 관중들을 들뜨게 했다.
일격을 허용한 징동의 반격도 매서웠다. 쫓아오던 T1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힌 징동은 ‘카나비’ 서진혁의 바론 스틸로 다시 흐름을 틀어쥐었다. 징동은 미드 타워를 모두 깨버리고 말았다.
위기의 순간 T1의 해결사가 제 몫을 이끌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정확하게 ‘룰러’ 박재혁의 박재혁을 때려서 아군에게 던졌고, ‘오너’ 문현준은 상대를 묶어버리고 한타에 돌입했다. 통쾌한 에이스를 완성한 T1은 그대로 넥서스까지 쇄도하며 3세트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대 고비였던 3세트를 잡은 T1은 그야말로 흐름을 탔다. ‘오너’ 문현준은 자르반으로, ‘케리아’ 류민석은 바드로 펄펄 날았다. ‘카나비’의 실수가 결정적이었지만, 기세를 탄 T1은 고난이도 조합의 강점을 십분 살려서 결승행의 대서사의 방점을 완성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