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절반이 넘게 취소가 들어올 수 있죠?”
6년전 중국 베이징 국립주경기장(버즈 네스트)에서 벌어진 롤드컵 결승전은 LCK 내전이었다. 당시 T1의 전신인 SK텔레콤과 삼성의 결승전은 LCK 팀들끼리 경기 였음에도 4만 관중이 들어찬 만석 경기였음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가깝게는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MSI 결승에서 LEC팀이 없는 LPL팀들의 내전 결승임에도 꽉 차있던 관중석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1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웨이보와 빌리빌리 게이밍의 경기는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망신살이 뻗친 날이었다. 준비된 6000석의 관중석 중 무려 절반인 3000 여석이 텅텅 빈 무더기 ‘노쇼’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모인 롤드컵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중간 중간 덩어리째 비어있는 관객석을 바라보면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롤드컵은 전 세계 9개 지역에서 선발된 22개의 대표 팀들이 '월드 챔피언'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LOL e스포츠 최고 권위의 글로벌 대회다. 전세계 모든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회다. 한국은 2014년, 2018년에 이어 2023년까지 총 3번 롤드컵을 유치했다.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인 만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 예매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다. 하지만 정작 보고 싶었던 팀이 빠지자, 주최측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졌다.
소위 지난 8강전은 젠지-T1-KT 등 8강에 진출했던 LCK팀들과 LPL팀들의 맞대결 구도였다. 무더기 노쇼의 발단은 젠지가 BLG와 맞대결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배, 8강에서 탈락한 것이 원인이 됐다.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리는 예매는 발권까지 과정이 쉽지 않지만, 취소 절차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더기 예매 취소로 이어졌다.
한 라이엇 관계자는 “LCK팀들이 탈락했을 때 어느 정도, 이탈이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관중석이 비어버릴 줄 몰랐다.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곤란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덧붙여 “글로벌 지역 스탭들이 너무 놀라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창피하기도 하다”며 난처한 현 상황에 골머리를 앓았다.
라이엇게임즈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런 취소가 계속 이어진다면 대규모 e스포츠 행사가 지방에서 열릴 기회가 사라지게 될 수 있다. 당연히 아쉽다”며 착잡해했다.
결국 지난 11일 웨이보와 BLG 4강전은 3층에 있던 관중들을 비어있는 2층 좌석으로 이동시키면서 일단락됐다. 3000석이 넘는 빈 좌석은 메우지 못한채 말이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