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조언이 통할까.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리그 1 4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PSG는 12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랭스 스타드 오귀스트 드로네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리그 1 12라운드에서 스타드 랭스와 맞붙는다. 현재 PSG는 승점 24(7승 3무 1패)로 리그 2위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 경기 더 치른 OGC 니스(승점 26)를 제치고 선두로 뛰어오른다.
PSG로선 AC 밀란전 패배의 충격을 떨쳐내야 한다. PSG는 지난 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F조 조별리그 4차전 밀란 원정에서 1-2로 역전패했다. 공식전 6경기 만의 패배였다.
조 2위(승점 6)가 된 PSG는 '죽음의 조'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PSG는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를 2-0으로 꺾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뉴캐슬 원정에서 1-4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다행히 홈에서 밀란을 3-0으로 잡아내며 16강 진출 청신호를 밝혔지만, 밀란에 덜미를 잡히며 상승세가 꺾였다.
당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아니라 비티냐를 선발로 택했다. 비티냐-마누엘 우가르테-워렌 자이르에머리로 중원을 꾸리며 밀란과 힘싸움을 펼쳤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PSG는 중원 싸움에서 압도당하며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 점유율이 70%에 가까울 정도로 공을 오래 쥐고 있었지만, 루벤 로프터스치크에게 활동량과 피지컬에서 모두 밀리며 쩔쩔맸다.
하나 같이 평점도 낮았다. 프랑스 '레퀴프'는 우가르테에게 평점 2점, 비티냐에게 4점, 자이르에머리에게 5점을 줬다. 우가르테가 받은 2점은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였다.
이강인은 달랐다. 후반 15분 비티냐 대신 교체 투입된 그는 날카로운 패스와 폭넓은 움직임으로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후반 44분엔 환상적인 드리블에 이어 왼발 슈팅을 날리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골대에 가로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감탄을 끌어내기엔 충분한 장면이었다.
경기 후 PSG 선배들은 일제히 이강인을 칭찬했다. 2004-2005시즌부터 5시즌 연속 PSG의 주전으로 활약한 제레미 로탕은 프랑스 'RMC 스포르트'를 통해 "이강인의 발밑 기술이 비티냐보다 더 빼어나다. UCL에선 중원이 견고해야 하는데 그러러면 공을 소유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강인은 밀란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의 발기술을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PSG에서 뛰었던 디디에 도미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소풋'과 인터뷰에서 "PSG는 밀란전에서도 미드필더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라며 "뛰어난 미드필더의 공통점은 압박을 잘 풀어 나온다는 것이다. 좋은 턴을 보여준다. PSG엔 이런 모습이 부족하다. 특히 비티냐가 그렇다. 자이르에머리와 우가르테는 리커버리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자이르에머리는 침투에도 능하고 미래가 밝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현재 그들의 한계를 봤다"라고 지적했다.
도미가 내놓은 해결책은 이강인이었다. 그는 "PSG는 중원부터 지배해야 하는 팀이다. 통제하고 공을 점유해야 한다"라며 "이강인은 이미 공을 잡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뒤에 누군가가 있어도 뒤돌기 두려워하지 않는 매우 능숙한 선수다. 그는 압박을 이겨내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도미는 "이강인은 10번 중 한 번이 아니라 자주 그렇게 해낸다. 왜냐면 그게 그의 능력이기 때문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이강인은 중앙에서 유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엔리케 감독도 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게 될까. 일단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의 랭스전 선발 출격을 내다봤다. 매체는 "비티냐보다 이강인이 더 선호될 수 있다. 이강인은 중앙과 좌측면을 오가는 역할을 맡아 리그 1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점쳤다.
예상대로라면 이강인은 다시 한번 킬리안 음바페와 왼쪽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음바페-곤살로 하무스-우스만 뎀벨레(or 브래들리 바르콜라), 자이르에머리-파비안 루이스, 뤼카 에르난데스-밀란 슈크리니아르-마르퀴뇨스-노르디 무키엘레,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베스트 11을 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인이 음바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도미는 밀란전에서 음바페가 집중 견제에 막히자 능력을 보여준 선수는 이강인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훌륭한 선수들은 혼자서도 빛날 수 있지만, 여전히 팀이 필요하다.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동료 말이다. PSG는 좋은 움직임과 마지막 패스 모두 아쉬웠다. 음바페가 가끔 팀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기술적인 영감이 부족했다. 혼자서 세 명을 이겨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미는 "밀란은 음바페를 잘 통제했다. 음바페가 막히면 그에게도 PSG에도 어려운 일이 된다. 그러면 드리블과 마술, 창의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강인이 골대를 맞춘 장면 빼고는 그런 게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강인은 최근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는 스트라스부르전과 브레스트전, 몽펠리에전에 모두 선발로 나서서 맹활약을 펼쳤다. 주로 왼쪽 날개 역할을 맡아 음바페를 보좌했다.
리그 1 첫 어시스트와 첫 골까지 기록했다. 이강인은 브레스트 원정에서 날카로운 아웃프런트 패스로 음바페의 골을 도왔고, 몽펠리에전에선 음바페가 흘려준 공을 대포알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활약을 인정받은 이강인은 리그 1 이주의 팀에도 2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리그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그는 10라운드와 11라운드 모두 음바페와 함께 한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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