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 PSG)이 아예 왼쪽 윙어로 자리를 굳히게 될까. 그가 다시 한번 AC 밀란 골문을 정조준한다.
PSG는 오는 8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에서 AC 밀란과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F조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른다.
'죽음의 조'에서 바짝 치고 나갈 기회다. 현재 PSG는 2승 1패(승점 6)로 1위에 올라 있긴 하지만, 도르트문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승점 4)에 바짝 쫓기고 있다. 2무 1패로 헤매고 있는 밀란을 잡고 격차를 더 벌려야 안전하다.
이강인도 선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밀란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팀의 3번째 골을 터트리며 UCL 데뷔골이자 PSG 데뷔골을 뽑아낸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이강인은 후반 26분 우스만 뎀벨레 대신 교체 투입되며 경기장을 밟았다. 그대로 오른쪽 공격수 역할을 맡은 이강인은 아슈라프 하키미, 워렌 자이르메머리와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이강인에겐 19분이면 충분했다.후반 44분 우측에서 공을 잡은 그는 자이르에머리에게 패스한 뒤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자이르에머리는 낮고 빠른 컷백 패스를 보냈고, 곤살루 하무스가 센스 있게 헛발질하며 공을 뒤로 흘렸다.
후반 막판 찾아온 결정적인 득점 기회. 이강인이 놓칠 리 없었다. 그는 기다리지 않고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그 덕분에 PSG는 3-0으로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강인은 밀란과 재대결에서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르 파리지앵'은 매체는 "이강인은 중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주전 경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라며 그가 비티냐 대신 선발 출격하리라 점쳤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은 지난 3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많은 칭찬을 받았다. 그는 아직 올 시즌 UCL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번 밀란전은 그가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강인이 4-2-4 포메이션에서 왼쪽 윙어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교체 출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과거 PSG 감독이었던 알랭 지레스는 '레퀴프'와 인터뷰에서 "PSG가 공격적인 팀을 만날 땐, 이강인보다 비티냐가 좀 더 안정적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유럽 대항전 경험을 고려하면 비티냐가 조금 더 우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PSG에서 10년간 활약한 에두아르 시세 역시 "비티냐와 이강인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둘 중 누구를 써야 할지에 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이강인은 공을 더 잘 다루고, 터치가 뛰어나다. 동료와 콤비 플레이와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에서 더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이강인은 20~30분 정도 출전해 더 폭발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라며 교체 출전에 무게를 실었다.
이강인의 최근 활약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에서도 공격 포인트가 기대된다. 그는 밀란전 득점을 시작으로 브레스트전에서 킬리안 음바페의 골을 도왔고, 지난 4일 몽펠리에전에선 기다리던 리그 1 데뷔골까지 터트렸다. 어느덧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특히 이강인은 몽펠리에전에서 주전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왼쪽 날개로 출전한 그는 전반 10분 만에 벼락같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아슈라프 하키미가 우측 공간을 돌파한 뒤 낮고 빠른 크로스를 내줬다. 음바페가 이를 뒤로 흘려줬고, 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대포알 슈팅으로 골대 상단 구석을 꿰뚫었다.
상대 골키퍼도 손 쓸 수 없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풋 메르카토'는 '원격 유도 미사일'이라고 감탄했다. 매체는 "이강인의 원격 유도 미사일이 소셜 미디어를 불타오르게 했다. 아시안게임 복귀 이후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비티냐 대신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그는 엔리케 감독이 왜 자신을 믿었는지 보여줬다. 그는 골대 상단으로 공을 보냈다. 소셜 네트워크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라고 전했다.
MOM(Man of the match)도 거머쥐었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을 경기 최고 선수로 뽑으며 "이강인은 구름 위에 있었다. 국가대표팀 A매치를 멋지게 마치고 돌아온 그는 다시 한번 파르크 데 프랭스를 놀라게 했다. 상단 코너로 절묘한 슛을 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고, 전반 내내 왼쪽에서 매우 활발하게 움직였다"라고 칭찬했다.
만약 이강인이 밀란전에서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다면, 그는 한동안 PSG의 날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기본적으로 미드필더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으나 최근엔 측면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강인은 다재다능한 선수답게 측면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엔리케 감독도 몽펠리에전을 마치고 "이강인은 작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전방과 후방, 안쪽과 측면에서도 뛸 수 있고, 수비도 득점도 할 수 있다. 그는 완전체 선수다. 우리 팀의 '빅 사이닝(큰 영입)'이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엔리케 감독이 어떤 포메이션을 꺼내 드느냐에 따라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한다면 이강인에게 왼쪽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PSG에서 뛰었던 제롬 르로이는 "엔리케 감독은 4-2-4 포메이션보다 4-3-3 포메이션을 많이 사용했다. 비티냐와 이강인 활용법은 상대 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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