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1년차로 살아있는 리빙 레전드 ‘페이커’ 이상혁이 G.O.A.T(Greatest Of All Time)로 불리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덜번째 롤드컵 4강 진출이었지만, LCK(한국) 입장에서는 안방에서 열리는 축제가 자짓 LPL(중국) 잔치로 전락하는 것을 막은 그야말로 천금같고, 가뭄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었다. LCK 최후 희망 T1이 LCK와 더 나아가 대회 흥행까지 살려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전은 세 경기나 한중(韓中)전으로 치러지는 이른 바 LCK와 LPL, 양대 메이저 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붙는 대회전이었다.
작년 대회의 경우 LPL을 상대로 LCK가 우세했고, 지난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해 기대치가 높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LPL팀들이 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먼저 지난 2일 LPL 4번 시드 웨이보가 북미 1번 시드 NRG를 3-0으로 낙마시키면서 4강에 선착했다.
LCK 1번 시드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젠지가 충격의 2-3 패배를 당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3승 0패로 가볍게 통과했던 젠지는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상대로 1, 2세트를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3, 4세트를 쫓는 저력을 보였지만, 끝내는 뒷심 부족으로 8강 탈락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올 여름 LCK 서머 정규시즌을 주름 잡았던 KT 역시 징동의 4강 진출 제물이 됐다. KT는 지난 4일 징동과 8강전서 서전을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경기장 곳곳에서 KT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뜨거웠다.
승부는 서로 다른 LCK팀들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한 목소리로 KT의 경기 장면 하나 하나를 응원했지만, 가장 백미였던 4세트 '룰러' 박재혁과 징동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의 쓴 잔을 받아야 했다.
LPL을 상대로 젠지, KT가 탈락한 상황에서 T1의 최후의 희망이 됐다. 일각에서는 부산과 LCK 악연이 거론되면서 여론도 흉흉해졌다. 지난 5일 일부 LCK 팬들은 사직실내체육관 주변을 배회하면서 소금을 뿌리면서 T1의 승리를 염원했다. 자칫 최악의 경우 안방에서 'LCK 없는 LPL 잔치'가 될 축제에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LCK와 팬들의 웃음을 되찾아줬다.
T1은 지난 5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LNG와 경기에서 1세트부터 완벽하게 드래곤 오브젝트를 틀어쥐는 압도적 운영을 바탕으로 3-0 완승을 거뒀다. ‘페이커’ 이상혁은 오리아나-사일러스-아지르로 ‘스카웃’ 이예찬을 요리하면서 팀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T1 창단 이후 팀과 역사의 퀘를 같이하는 이상혁 역시 대기록을 이어갔다. 지난 11년간 롤드컵 무대에 여덟 번 나선 이상혁은 최소 4강은 진출하는 기록과 함께 LPL을 상대로 다전제 불패를 지켜냈다.
이상혁은 2013년과 2015년, 2016년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준우승, 2019년 4강, 2021년 4강, 2022년 준우승에 이어 2023년에도 4강에 진출한 바 있다.
롤드컵 4강은 오는 11일과 12일 오후 5시부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11일에는 웨이보 게이밍과 BLG가 대결하며 12일에는 T1과 징동 게이밍이 5전 3선승제 대결을 벌인다. 여기에서 이긴 양 팀은 오는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해 '소환사의 컵'을 놓고 최후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