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던 한 해 였다. 최선을 다해왔고, 마지막까지도 최선을 다했다.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 올 한해는 정말 파란만장했던 것 같다.”
KT의 맏형이자 주장인 ‘리헨즈’ 손시우는 담담하게 2023시즌 여정의 끝을 맺은 소회를 전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1990년대 인기만화 슬램덩크의 북산엔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리헨즈’의 말처럼 KT의 2023시즌은 파란만장했다. 삐꺽거리면서 시작했던 스프링 시즌을 거쳐 소년만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처럼 빛나기도 했고, 인기만화 슬랭덩크의 북산 엔딩처럼 허무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리헨즈’ 손시우의 표정에는 후회는 없었다. ‘모든 걸 하얗게 불태웠던’ 만화 등장 인물들 처럼 그는 징동과의 마지막 승부를 돌아봤다.
KT는 4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징동과 경기서 1세트 승리 이후 ‘카나비’ 서진혁과 ‘룰러’ 박재혁의 캐리력에 아쉬운 1-3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KT는 지난 2015년, 2018년에 이어 또 다시 8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롤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서머 스플릿이 벌어졌던 대전 컨벤션 센터 이후 오랜만에 만난 손시우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달변가 임에도 자신의 말을 포장하거나, 애써 담담해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2023시즌의 마침표를 찍는 소회로 말문을 열었다.
“패배는 당연히 아쉽다. 아쉬운 결과지만, 올 시즌을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기까지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전부 다 말이다. 그래도 우리 팀을 응원해주신 팬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죄송스럽다.”
실버스크랩스를 울렸지만 지난 3일 BLG에 패배한 젠지와 KT의 패배애 대해 기장을 가득 메운 LCK 팬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전날 젠지의 경기는 중국 팬들의 ‘짜요’가 더 크고, 가깝게 들렸다면 징동과 승부는 서로 다른 LCK팀들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한 목소리로 KT의 경기 장면 하나 하나를 응원했다.
과거 해외 팬들이 ’TSM’을 MSI와 롤드컵에서 연호했던 것 처럼 한 마음이 돼 KT를 응원할 정도로 선수들의 투지가 경기에 묻어있었다.
징동과 8강 승부에서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손시우는 “어느 장면을 꼽아야 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 밖에 못할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손시우는 2019 롤드컵, 2022 롤드컵을 거쳐 이번 대회까지 세 번의 롤드컵을 치렀다. 세 번의 대회에서 깨달은 점을 묻자 “어떤 팀이든 무궁무궁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어떤 팀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2023시즌은 끝났지만, KT의 미래와 동료들의 도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전했다.
끝으로 손시우는 “동생들이 모두 너무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맙다. 앞으로도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지난 1년을 함께 한 KT 선수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