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 토트넘)과 황희찬(27, 울버햄튼)의 악연으로 유명했던 고집불통 심판 앤서니 테일러(45)가 결국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평소 테일러는 선수에게 고압적인 태도에 비디오 판독을 절대 반영하지 않는 고집불통 판정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선수가 자신의 판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오히려 카드를 주는 등 그라운드의 폭군처럼 행동했다.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언론은 3일 “울버햄튼전에서 황희찬에게 잘못된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선언한 테일러 주심이 이번 주말 프리미어리그 심판을 보지 못한다. 그는 프레스톤 대 코벤트리의 챔피언십 경기를 보면서 강등됐다. 그가 2부리그 심판을 보는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라고 보도했다.
울버햄튼은 29일(한국시간) 오전 1시 30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뉴캐슬과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홈경기를 치러 2-2 무승부를 거뒀다.
아쉬운 판정이 나왓다. 1-1이던 전반 45분 황희찬은 박스 안에서 공을 차려다 그만 상대 수비수 셰어의 왼발을 차고 말았다. 셰어는 그대로 넘어졌고, 테일러 주심은 페널티킥을 찍었다.
키커로 윌슨이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듯했지만 손을 스친 공은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중계카메라는 골 빌미를 제공한 황희찬을 비췄다.
하지만 비디오를 보면 황희찬이 공을 걷어내려다 다리를 접는 장면이 잡혔다. 비디오에 선명하게 플레이가 찍혔지만 테일러 주심은 비디오를 보지도 않고 판정을 고수했다.
황희찬은 전반 26분 직접 동점골을 터트려 오심의 피해를 달랬다. 하지만 울버햄튼이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오심으로 놓친 것은 바뀌지 않았다.
황희찬이 PK를 허용한 장면은 명백한 오심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BBC의 해설자이자 토트넘 골키퍼 출신 폴 로빈슨은 "애시당초 해당 장면서 황희찬과 다른 선수의 접촉이 없었다. 악의도 의도도 없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SNS를 통해서 "내가 봐도 페널티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경기 후 황희찬은 영국 ‘BBC’를 통해 “경기가 마무리된 후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공을 걷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공을 막는 것을 보았다. 그 후로 멈췄고, 상대 선수가 나를 건드린 것 같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스카이스포츠 개리 오닐 해설위원은 “울버햄튼 경기 판정을 잘못보면 강등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한편 테일러 주심은 한국, 손흥민과도 악연이 깊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 가나전 주심을 맡은 테일러는 한국의 마지막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버렸다. 여기에 항의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테일러에 의해 퇴장까지 받았다. 한국은 벤투 감독 역시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에 임했다. 손흥민의 어시스트에 이어 황희찬의 결승골이 터져 2-1로 승리해 극적으로 16강에 갔다.
지난해 8월 토트넘 대 첼시전에서도 테일러의 판정이 문제가 됐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마크 쿠쿠렐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는데 파울도 주지 않았고, 비디오판독에 의한 번복도 없었다. 추가시간 해리 케인이 동점골을 넣어 경기는 2-2로 끝났다.
‘스카이스포츠’는 “테일러 주심의 강등에 16만 첼시 팬들 속이 시원할 것이다. 첼시 팬들은 ‘다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지 말자’며 테일러를 저주했다”고 덧붙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