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22, 셀틱)가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작렬하며 '입지 불안' 해소 신호탄을 쐈다.
셀틱은 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세인트 미렌을 2-1로 꺾었다.
이날 경기로 셀틱은 무패행진을 ‘11경기(9승 2무)’로 늘렸다. 승점 29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셀틱은 최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포함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교체 출전한 오현규가 경기 막판 결승골을 기록, 드디어 승전고를 울렸다.
세인트 미렌을 상대로 셀틱의 출발은 썩 좋지 못했다. 전반 7분 코너 맥메나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반 18분 턴불의 동점골로 1-1을 만들긴 했지만, 후반 막판까지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11분 양현준과 마에다 다이젠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사용했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무승부가 가까워지고 있던 상황, 오현규가 해결사로 나섰다. 벤치에서 출발한 그는 1-1로 맞서고 있던 후반 29분 데이비드 턴불 대신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일을 냈다. 교체된 지 9분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를 따돌리고 빈 공간으로 침투한 그는 오딘 티아고 홀름의 패스를 받아 정확하게 마무리하면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침착한 터치와 골문 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슈팅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드디어 오현규는 올 시즌 첫 득점을 올렸다. 브랜던 로저스 체제 속 오현규는 매 경기 교체로 출전하고 있다.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 그는 시즌 10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오현규는 리그 8경기를 소화했으나 출전 시간은 아직도 129분에 불과하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 때 팀에 합류한 뒤 16경기 6골을 기록하며 인정받았던 지난 시즌과는 입지가 다르다.
특히나 최근 외신에서 오현규의 좁아진 입지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6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맞대결(2-2 무승부)에서 오현규가 벤치에만 앉았던 것을 근거로 그가 팀에서 중용받는 자원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영국 매체 ‘더 부트 룸’에 따르면 셀틱의 전 수비수 마크 윌슨은 “(오현규 대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 미드필더 제임스 포레스트를 선택한 것은 오현규에게 일종의 (좋지 않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저스 감독이 오현규를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가 잘풀리거나 이기고 있을 때도 감독들은 스트라이커를 찾기도 한다. 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골이 급한 상황에서도 스트라이커에게 눈을 돌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오현규는 벤치에서 유일한 스트라이커였지만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많은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부정적인 앞날 평가가 있었지만 오현규는 보란듯이 이날 골을 뽑아냈다.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자신을 믿으라"라는 멘트를 적었다.
함께 출전한 셀틱의 양현준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특유의 과감한 돌파로 번뜩이긴 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오현규보다 양현준에게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양현준은 약 34분간 드리블 성공 5회(5/6), 태클 2회(2/2), 지상 볼 경합 승리 9회(9/12) 등을 기록했다.
오현규는 약 16분 동안 1골과 슈팅 2회, 리커버리 1회, 피파울 1회 등을 기록했다. 매체는 양현준에게 평점 7.7점, 오현규에게 평점 7.1점을 매겼다.
한편 셀틱은 올해 1월 K리그 수원삼성에서 뛰던 오현규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구체적인 계약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셀틱은 이적료 최대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 직전 지난 시즌 오현규는 K리그 36경기에 출전해 팀 내 최다 득점(13골)을 터트려 단숨에 수원삼성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급부상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눈에 들어 ‘예비 멤버’로 2022카타르월드컵도 다녀왔다.
그런 오현규를 알아본 셀틱은 끈질기게 구애했다. 셀틱은 4∼5차례 오현규에게 러브콜을 보내 기어코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셀틱 ‘1년 차’ 때 오현규는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셀틱의 리그, 스코티시 리그컵, 스코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국내 3관왕’ 기쁨을 함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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