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당시 KT와 인빅터스 게이밍(IG)의 8강 맞대결은 대회 기간 내내 전문가들과 팬 들사이에서 오랜기간 회자됐다. 결승전을 포함해 가장 명승부였던 두 팀의 승부서 승리한 IG가 LPL에게 첫 롤드컵 우승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을 안겼고, 아울러 2013년부터 5년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켰던 LCK팀이 8강에서 전원 탈락했기 때문이다.
LCK 전사들이 다시 한 번 부산으로 내려간다. 부산은 LCK 팬들에게는 아픔의 장소이다. 2018 롤드컵 뿐만 아니라 지난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T1이 RNG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부산에서 철저하게 LCK는 조연이었다.
세월이 흘러 5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8강과 4강 녹아웃스테이지는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디플러스 기아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나머지 젠지, T1, KT는 부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롤드컵 8강에서도 숙적 중국 LPL 리그와 정면승부가 예정됐다. 지난 달 29일 스위스 스테이지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진행된 8강 대진 추첨 결과 LCK 대표로 출전한 세 팀은 모두 중국 LPL 팀들과 8강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LPL 네 팀이 모두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지만 같은 지역 팀과의 대결이 하나도 성사되지 않으면서 8강을 가로지르는 화두는 '한중전'으로 확정됐다. 사연이 없는 팀은 없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LCK 팀들이 4강행 티켓을 노린다.
▲ MSI 설욕 노리는 LCK 1번 시드 젠지
먼저 LCK 1번 시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나선 젠지는 최고 시드 배정자다운 경기력을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보여줬다. 첫 경기에서 GAM 이스포츠를 완파한 젠지는 두 번째 경기에서 T1까지 잡아내면서 2승 조에 올라갔고 EMEA(LEC) 1번 시드인 G2 이스포츠를 2대0으로 격파했다. 8강에 올라온 팀 가운데 유일하게 한 세트도 패하지 않으면서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젠지의 8강 상대는 빌리빌리 게이밍(BLG)로 정해졌다. BLG는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MSI 하위조 3라운드에서 젠지를 만나 3-0으로 완승을 거둔 강호다. 이번 대회에서 징동 게이밍과 T1에게 패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G2 이스포츠를 꺾으면서 8강에 진출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젠지는 MSI의 패배를 설욕할 좋은 기회다. 큰 대회 경험이 적었던 하단 듀오 '페이즈' 김수환과 '딜라이트' 유환중이 LCK 서머와 이번 월드 챔피언십을 치르면서 엄청나게 성장했고 BLG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분석할 시간을 벌었기에 복수할 수 있는 기반은 닦아 놓았다. 젠지와 BLG는 11월 3일 대결을 펼친다.
▲ '페이커' 이상혁과 T1, 롤드컵 韓中 다전제 무패 이어갈까.
LCK 2번 시드 자격으로 월드 챔피언십에 나선 T1의 8강 상대는 리닝 게이밍이다. 리닝 게이밍은 2021년 월드 챔피언십에 나선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와신상담한 리닝 게이밍은 에드워드 게이밍 출신 미드 라이너 '스카웃' 이예찬을 올해 초 영입했고 서머를 앞두고 로얄 네버 기브업 출신 원거리 딜러 'GALA' 첸웨이까지 합류시키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리닝 게이밍은 스위스 스테이지 2승 조에서 징동 게이밍에게 1-2로 패했지만 2승1패 조에서 KT 롤스터를 2-1로 제압하면서 T1과 같은 성적으로 8강에 올랐다.
두 팀의 대결에서 눈여겨볼 점은 미드 라이너간의 관계다. 이예찬은 T1이 뽑은 유망주였지만 2016년 중국 팀인 에드워드 게이밍으로 팀을 옮기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21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국제 대회에서 이상혁과 이예찬의 상대 전적은 세트 기준 5승1패로 이상혁이 크게 앞서 있다. 2017년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에서 두 번 만나 모두 이상혁이 승리했다. 2021년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1승1패를 나눠 가졌으며 2022년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이상혁이 2전 전승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 만났지만, 두 선수가 5전 3선승제로 경쟁하는 것은 11월 5일 대결이 처음이다.
다른 관전 포인트는 롤드컵 무대에서 T1이 단 한 번도 다전제 경기에 LPL 팀에게 패하지 않은 점이다. T1이 이번에도 LPL 상대 다전제 무패를 이어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요소다.
▲ 여름의 기억을 되찾아라, KT
지난 서머 정규시즌 LCK를 주름잡았던 KT는 이번 롤드컵에서 LPL팀들을 상대로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문제였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하긴 했지만, LPL 팀을 두 번 만나 모두 패했다. 첫 경기에서 BLG에게 패했고 2승1패 조에서는 LNG와 풀 세트 접전을 치렀지만 아쉽게 졌다. LPL 팀에게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번 시드인 JDG와 8강 매치업이 성사되면서 모든 상황이 KT에게 불리한 예상이 지배적이다.
징동은 올해 열린 LPL 스프링과 서머를 우승한 것은 물론, 국제 대회인 MSI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도 젠지와 함께 3승으로 통과하면서 우승 후보다운 성과를 냈다.
하지만 KT 역시 물러설 수 없다. 5년 전 부산에서 악몽과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LCK팀인 디플러스 기아를 두 차례나 잡고 올라간 8강이라 책임감도 느끼는 상황. KT가 대다수의 예측을 깨고 반란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