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왕중왕전’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2-2023시즌 골든 부트(득점왕) 경쟁이 초반부터 불꽃을 튀긴다. 역대 득점왕들의 각축이 자아내는 묘미는 제법 쏠쏠하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양 치열한 경합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삼웅(三雄)의 겨룸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연부역강한 엘링 홀란(23, 맨체스터 시티)-이집트가 내세우는 모하메드 살라(31, 리버풀), 3인이 펼치는 골든 부트 쟁탈전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세 명의 걸출한 골잡이는 최근 EPL 득점 레이스를 주도해 왔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홀란은 2022-2023시즌, 살라는 2017-2018·2018-2019·2021-2022시즌 EPL 득점 정상에 우뚝 선 바 있다.
이번 시즌 ¼을 약간 넘어선(26.3%) 10라운드를 소화한 현재, 교묘하게도 삼웅은 1~2위를 달린다. 홀란(11골)이 선두에 나섰고, 손흥민과 살라(이상 8골)가 나란히 2위에 올라 그 뒤를 쫓는 형세다. 아직 레이스가 ¾ 정도를 남긴 초반이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세 골잡이가 어떤 판도를 그려 나갈지 흥미롭다.
상승세 타는 손흥민·살라, 급발동 홀란에게 역전극 펼칠지 눈길 사로잡아
일단 기록상으론, 홀란이 앞서 나가는 판세다. 골 수를 비롯해 득점력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지표에서도 우세를 보이는 홀란이다.
먼저 경기당 득점에서, 홀란은 맞수들을 따돌리고 있다. 10경기에서 11골로, 경기당 1.1골을 뽑아냈다. 이에 비해 손흥민과 살라는 10경기에서 각각 8골로, 나란히 경기당 0.8골을 잡아냈다(표 참조).
득점 경기 수에서도, 홀란이 맨 앞이다. 홀란은 7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데 비해, 살라와 손흥민은 각기 6경기와 5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번리를 상대로 한 이번 시즌 개막전(8월 11일, 이하 현지 일자·3-0 승)부터 2골을 터뜨린 홀란이 그 기세를 잘 이어 나가는 그림이다. 2라운드 AFC 본머스전(8월 19일, 3-1 승)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살라도 그런대로 괜찮은 출발이었다.
반면, 손흥민은 시동이 늦게 걸렸다. 4라운드 번리전(9월 2일, 5-2 승)에서야 비로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무서운 추격세를 예고했다. 이때부터 7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골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간당 득점에서도, 홀란이 앞선다. 890분을 소화한 홀란은 80.9분당 한 골씩을 잡아내는 페이스를 보였다. 손흥민은 홀란에 뒤지나, 살라에겐 앞섰다. 손흥민은 100.4분당, 살라는 108.4분당 제각각 상대 골문을 열었다.
미미하긴 해도 이 같은 홀란의 우세는 팀 득점 공헌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홀란은 맨체스터 시티가 기록한 22골 중 11골을 차지해 50%의 비중을 보였다. 역시 손흥민이 살라를 3위로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36.4%(8/22골)의 비중으로 34.8%(8/23골)의 살라를 제쳤다.
이 맥락에서 보면, 시나브로 기세를 탄 손흥민과 살라가 역전의 묘취를 빚어내며 최종 승자의 영광을 누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사실이 엿보인다. 초반에 급발진하며 선점의 판도를 그렸던 홀란이 일단 주춤한 듯 보이는 데서도 읽을 수 있는 형세다.
최근 5경기를 보면, 오히려 살라→손흥민→홀란 순으로 전개된 레이스다. 4경기에서 골 맛을 본 살라가 6골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4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열어젖힌 손흥민은 5골로 버금가는 상승세를 탔다. 홀란은 3경기에서만 4골을 넣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아직 이번 시즌 대장정을 마치기까지는 여정이 많이 남았다. 누가 2023-2024시즌 영광의 득점왕에 등극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물론, 세 명이 아닌 뜻밖의 골잡이가 골든 부트를 거머쥘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래도 역대 득점왕 삼웅이 벌이는 초반 각축전은 EPL 전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나아가 EPL을 지켜보는 재미를 배가하는 ‘절대 요소’라 할 만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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