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메시!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 나스르)가 리오넬 메시(36, 인터 마이애미) 이름이 나오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토크 스포츠'는 1일(이하 한국시간) "호날두는 알 이티파크와 경기 도중 상대 서포터즈가 메시의 이름을 외치자 눈에 띄게 짜증을 냈다. 그는 관중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라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지난달 31일 알 이티파크와 사우디아라비아 킹스컵 16강전에 선발 출전해 연장 포함 120분을 소화했다. 양 팀에서 한 명씩 퇴장당하는 치열한 연장 혈투 끝에 승부는 알 나스르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알 나스르는 대회 8강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승리와 별개로 이날 호날두의 심기는 불편했다. 바로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던 메시 때문. 알 이티파크 팬들은 호날두가 스로인하기 위해 관중석 쪽으로 다가오자 큰 소리로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날두는 여러 번 손가락을 입으로 갖다 대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그는 팬들을 바라본 채 마치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메시에 대한 호날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같은 날 메시는 개인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손에 넣었다. 이제 5회 수상으로 역대 2위인 호날두와 격차는 3회로 벌어졌다. 호날두는 이 때문에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10월 31일 2023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PSG) 등에서 뛰었던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시상자로 나섰다.
발롱도르는 축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이다. 1956년 시작된 이 상은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진다. 2022년부터는 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수상하며 개인 성과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영예의 주인공은 역시나 메시였다. 그는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 2019년, 2021년에 이어 2023년 또 한 번 발롱도르를 거머쥐며 새 역사를 썼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호날두는 30인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토크 스포츠는 "메시는 2년 만에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8번째 상을 받았다. 이제 호날두와는 3개나 차이 난다. 그가 세계 축구에서 가장 큰 개인적 명예인 발롱도르를 획득한 건 2017년이 마지막이다"라고 강조했다.
호날두로서는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에 적잖이 배가 아팠던 모양이다. 그는 메시의 수상을 비판하는 게시글에 눈물을 흘리며 웃는 이모티콘을 남기며 동조했다.
스페인 '아스'의 토마스 론세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메시는 지난 몇 달 동안 마이애미에 있었다. 그는 이미 작년에 월드컵 출전을 준비 중이었기에 PSG를 떠났다. 월드컵은 10달~11달 전 일이다. 나도 이미 잊어버린 것 같다. 카타르 월드컵은 기억도 안 난다. 11월 22일에 개막했고, 내일은 벌써 11월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메시는 월드컵에서 6번이나 페널티킥을 찼다며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엘링 홀란이나 로드리가 발롱도르를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메시는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발롱도르 5회만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3개는 '선물'이라고 폄하했다.
이 글을 본 호날두는 댓글로 눈물 흘리며 웃는 이모티콘을 4개나 남겼다. 론세로의 말대로 메시의 수상에 불만을 표하며 억울함을 드러내는 것. 호날두는 2년 전에도 메시의 수상을 비하하고 자신을 추켜세우는 글에 "Factos(진실)"라고 남기며 동조한 바 있다.
호날두와 달리 메시는 그에게 존중심을 표했다. 그는 수상 후 호날두와 경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메시는 "스포츠적 관점에서 언제나 아주 멋진 경쟁이었다. 우리는 둘 다 경쟁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게 서로에게 자극이 됐다. 호날두 역시 모든 것에서 이기고 싶어 했다. 우리와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시간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오랜 시간 해온 일들은 분명 멋진 일이다. 10년, 15년간 정상에 머무르는 일은 아주 어려웠다. 오르기는 쉽지만,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말처럼 말이다. 축구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추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호날두와 달리 승자의 여유가 묻어나는 품격 있는 인터뷰였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