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자동차 그룹이 전동화 여정의 큰 흐름을 잡았다. 지난 달 ‘2023 재팬 모빌리티쇼’를 즈음해 발표한 전동화 여정에 따르면 토요타 브랜드는 ‘멀티 패스웨이(다양한 시장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를 유지하고, 렉서스 브랜드는 100%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하는 두 갈래 길을 가기로 했다.
토요타 그룹의 투 트랙 전략에 따라 렉서스 브랜드의 행보가 다급해졌다. 그룹의 전동화 청사진에 따라 ‘2035년까지 100% 전동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10여 년의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 개발 사이클을 고려하면 그리 넉넉한 편도 아니다.
‘2023 재팬 모빌리티쇼’ 취재를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한국 취재진은 토요타 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CEO 와타나베 타카시 씨를 만났다.
‘2023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렉서스는 중장기 전동화 전략 발표와 함께 차세대 BEV 콘셉트 LF-ZC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는 콘셉트라는 수식어는 달았지만 양산형으로 개발돼 2026년에는 양산 모델로 시장에 나와야 하는 차다.
와타나베 타카시 사장에게 전반적인 렉서스의 전동화 전략 진행 상황을 물었다. 앞서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설명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토요타 브랜드는 글로벌 각 지역에서 그 지역에 맞는 가장 좋은 솔루션을 제안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구실을 수행한다. 이것이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다. 이에 비해 렉서스 브랜드는 전동화 기술을 이용하여 미래에 어떤 자동차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좋은 자동차를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구실을 맡았다. 전동화 실행은 렉서스를 주축으로 삼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동화 여정은 렉서스 브랜드만 추구하는 길이 아니다. 순차적이기는 하지만 토요타 브랜드 또한 전동화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토요타와 차별화되는 렉서스만의 전동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렉서스 전동화의 차별화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와타나베 사장은 “전동화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BEV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BEV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로서 기술력 측면에서 견인하는 것이 렉서스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덧붙여 “렉서스는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다시 보고, BEV에서도 가장 좋은 자동차 만들기 과정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BEV의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들과 구성요소를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부가가치들을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도록 그 기반이 될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EV 팩토리’를 언급했다. ‘BEV Factory’는 카토 타케로 사장을 필두로 토요타 그룹 내 새로 조직된 ‘전기 자동차 개발 센터’다.
와타나베 사장은 “BEV 팩토리에서는 각 요소가 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서 플랫폼도 새롭게 개발하게 된다. 다양한 생산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전체 과정 속에서 기술은 더욱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토요타에서 새로운 전기차가 나올텐데 이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렉서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상반기의 토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에서 제시된 새 기술 전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기가 캐스팅’ 모듈을 새롭게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렉서스에서는 언제부터 기가 캐스팅 모듈이 적용되는지, 기가 캐스팅 적용 시 생산 공정이나 비용 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 지 궁금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기가 캐스팅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들이 이번에 발표한 LF-ZC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기가 캐스팅이라는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구조를 크게 봤을 때 프론트 모듈, 리어 모듈, 센터 모듈 이렇게 크게 3개로 나누고 이를 모듈화하면 보다 심플한 구조의 BEV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BEV의 구조 혁신을 통해서 더욱 더 좋은 구조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기가 캐스팅 기술 역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동화 여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배터리다. 그렇지 않아도 토요타는 최근 한국의 LG 에너지 솔루션과 미국 내 공동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테크니컬 워크숍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한 계획도 발표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BEV는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BEV에서 중히 여기는 것이 EV 레인지, 즉 주행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탑재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탑재량을 늘리는 만큼 차체 무게가 증가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또 배터리에 사용하는 자원도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상품력 있는 배터리를 탑재해서 주행 거리를 늘려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배터리 등의 EV 구성요소들을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어떤 배터리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배터리를 보급하고 지금의 배터리 기술을 성장시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개발과 생산 포메이션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응 중 하나가 조금 전 말씀하신 북미에서 체결한 LG와의 MOU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BYD에 대한 전략도 궁금했다. 중국 BYD가 일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쓰겠다고 하는데 일본 시장에서 BYD의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렉서스라는 브랜드 안에서 더욱 더 렉서스를 선택하실 수 있도록 렉서스다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럭셔리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 브랜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렉서스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 렉서스는 전동화 테크놀로지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와타나베 사장이 힘주어 말한 렉서스만의 프리미엄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행이다. 주행 감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전동화 유닛이 가지고 있는 토크 응답성의 우수함,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구동력을 전달하는 뛰어난 강성, 그리고 자유로운 제어 등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BEV 차량은 이 점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여 렉서스다운 주행감을 더욱 더 높여 나가게 되면 저희의 장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의 제공이다. 전동화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와타나베 사장은 “사람의 상태를 센싱하는 기술, 주변을 확인하는 센싱기술 같은 다양한 첨단기술을 전동화와 융합시키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객의 니즈에 맞게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동차가 가진 가치를 한층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