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요, 디에고."
리오넬 메시(36, 인터 마이애미)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故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발롱도르 트로피를 바쳤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31일(한국시간) 2023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PSG) 등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베컴이 시상자로 나서서 영예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역시 메시였다.
발롱도르는 축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이다. 1956년 시작된 이 상은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진다. 2022년부터는 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수상하며 개인 성과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2022-2023시즌 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는 메시였다. 그는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 2019년,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거머쥐며 역대 2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를 한 발짝 더 따돌렸다. 지난해 트레블을 달성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도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메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유럽 팀 소속 선수로는 최초 수상이다. 지금까지 발롱도르는 언제나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메시의 이번 수상으로 역사가 깨졌다. 그는 지난여름 PSG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인터 마이애미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반전 없는 결과다. 메시는 처음부터 발롱도르 수상 후보 1순위였다. 시상식 전부터 모든 매체들이 그가 다시 한번 발롱도르를 거머쥘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엔 아예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 결과가 유출되기도 했다.
그만큼 메시는 지난 시즌 완벽에 가까운 1년을 보냈다. 그는 지난 시즌 소속팀 PSG에서 모든 대회를 통틀어 21골 20도움을 기록했고, 리그에서도 16골 16도움을 쌓으며 도움왕을 차지했다. PSG도 리그와 트로페 데 샹페옹에서 정상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결정적이었다. 메시는 월드컵 7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고, 7골 3도움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도 멀티골을 뽑아내며 조국 아르헨티나에 36년 만의 월드컵 트로피를 안겼고, 대회 MVP 격인 골든볼까지 차지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정상에 오른 건 1986년 마라도나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메시의 'GOAT(Greatest of all time)' 대관식이었다. 그동안 그는 발롱도르 수상 7회를 비롯해 모든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쓸어 담았지만, 단 하나 월드컵 트로피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5번째 월드컵이자 마지막 월드컵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일궈내며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워 넣었다.
대기록도 여럿 세웠다. 메시는 월드컵 한 대회에서 5번이나 POTM(Player of the Match)에 선정됐고,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26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또한 통산 12골 8도움으로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 결승전 연장 승부를 포함해 7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출전 시간(2314분)을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발롱도르 8개라는 불멸의 기록을 작성한 메시는 "모든 사람들, 특히 내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 내게 투표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상을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다. 이는 대표팀 전체와 아르헨티나 국민을 위한 선물"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과 킬리안 음바페(PSG) 언급도 잊지 않았다. 메시는 "홀란이나 음바페를 잊고 싶지 않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홀란은 모든 것을 이뤘다. 그들은 분명히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홀란도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메시의 대관식에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5경기 36골을 터트리며 단일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썼고, 공식전 53경기에서 52골을 몰아쳤다. 게다가 홀란은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FA컵,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싹쓸이하며 역사적인 트레블가지 달성했으나 월드컵까지 제패한 메시를 넘어서기엔 부족했다.
음바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PSG 유니폼을 입고 43경기에서 41득점 9도움을 올렸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펄펄 날며 팀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까지 올려뒀다. 음바페는 결승에서도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원맨쇼를 펼쳤지만, 승부차기 끝에 메시의 멀티골을 앞세운 아르헨티나에 패하고 말았다.
메시는 전 세계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내 커리어 내내 나를 지지하고 월드컵 우승을 응원한 이들을 특별히 언급하고 싶다. 그것은 꿈이었다.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아르헨티나가 세계 챔피언이 되길 바랐다. 내가 월드컵에서 우승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그는 "또한 내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함께해주고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라도나 이름도 나왔다. 시상식이 열린 10월 30일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메시로서는 이날이 더욱 뜻깊은 하루가 됐던 이유다.
메시는 "마라도나를 언급하고 싶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다. 여기만큼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좋은 곳은 없다. 그의 생일을 축하한다. 여기에는 그만큼이나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롱도르는 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마라도나 당신과 아르헨티나 전체와 이 상을 공유한다"라고 추모했다.
끝으로 메시는 "모든 발롱도르가 다 특별하다. 언제나 중요한 건 팀으로서 받는 상이고 개인상을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맨시티 선수들은 모든 걸 이뤘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팀이다. 중요한 건 팀으로서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 2023 발롱도르 순위
- 30위: 후벵 디아스(맨시티) / 공동 28위 : 랑달 콜로 무아니(PSG), 마르틴 외데고르(아스널) / 27위 : 니콜로 바렐라(인테르) / 26위 : 자말 무시알라(뮌헨)
- 25위 : 요슈코 그바르디올(맨시티) / 24위 : 부카요 사카(아스날) / 23위 : 안드레 오나나(맨유) / 22위 : 김민재(뮌헨) / 21위 :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20위 :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테르) / 19위 : 해리 케인(뮌헨) / 18위 :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 17위: 흐비차 크바라첼리아(나폴리) / 16위: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 15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스톤 빌라) / 14위: 일카이 귄도안(바르셀로나) / 13위: 야신 부누(알 힐랄) / 12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 11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 10위: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 9위: 베르나르두 실바(맨시티) / 8위: 빅터 오시멘(나폴리) / 7위: 훌리안 알바레스(맨시티) / 6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 5위: 로드리(맨시티) / 4위: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 / 3위: 킬리안 음바페(PSG) / 2위: 엘링 홀란(맨시티) / 1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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