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23, 한국토지신탁)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에서 우승했다. 첫 우승도 아닌데 박현경은 굵은 눈방울을 흘렸다.
박현경은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예선 6,727야드, 본선 6,748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시즌 서른 번째 대회에서 이소영과 연장 2차전을 펼친 끝에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앞선 3번의 우승이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올렸다. 대회는 열렸지만 갤러리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 대회였다.
박현경은 우승 확정 후 SBS 골프 중계팀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의 3승이 모두 무관중으로 열린 대회인지라 팬 분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수천 번 수만 번 상상했다. 그 꿈이 이뤄져서 더욱 뜻 깊은 우승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 앞에서의 우승을 물론 간절히 원하기도 했을 터다. 그런데 박현경의 눈물샘을 자극한 건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다.
마지막 우승이 2021년 5월 2일 끝난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이었는데, 이후 2년 6개월 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우승컵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 사이 준우승을 9차례 했는데, 올 시즌에도 3차례 준우승이 있었다. 속이 답답할 만했다.
박현경은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라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3승 이후 2년 반 동안 준우승만 9번 하면서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의심이 들어 속상하기도 했다. 최근 샷감이 좋아 기술적인 문제 보다는 심리 컨트롤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고, 마음을 잘 다스린 덕에 좋은 결과를 맞은 것 같다. 힘든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응원해 주신 팬들의 힘을 받아 잘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의 최종라운드는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시작했다.
3라운드 때 간간이 단독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3라운드를 마친 뒤의 중간 합계는 5언더파 공동 선두였다. 그런데 공동 선두가 4명이나 됐고 스코어를 더 줄이지 못한 박현경이 챔피언조에서 빠졌다.
2년 6개월의 공백을 메우려 하는 박현경에겐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일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챔피언조에 속한 이다연 배소현 임진희는 최종 4라운드에서 모두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반면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경기한 박현경과 이소영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웠다. 박현경이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고, 이소영은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박현경과 이소영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박현경의 파4 16번홀 3.5야드 버디 퍼트, 이소영의 파3 17번홀 5.5야드 버디 퍼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게 했다.
결국 둘은 정규 18번홀을 겨뤘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돌입했다. 박현경의 최종합계는 8언더파 280타(67-76-68-69)였다.
연장 1차전에서는 이소영이 세컨샷을 좀더 유리한 위치에 온그린 시켰지만 버디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연장 2차전에서는 이소영의 드라이브 실수가 이후 샷을 어렵게 몰아갔다. 벙커에서 그린을 향해 세컨드샷을 올렸으나 그 공은 그린 주변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그 시각 박현경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떡하니 올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승부는 이미 갈린 셈이다.
이소영은 개인 통산 6승을 올리고 있는데, 마지막 우승이 2022년 8월 14일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이었다. 그 때도 연장에서 우승자가 갈렸는데, 하필 상대가 박현경이었다.
박현경와 이소영의 연장전 스코어는 1대1이 됐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