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전북현대에 합류한 수비수 안현범(28)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전북다움'을 깨달으며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구단의 '복덩이'로 거듭났다.
안현범은 지난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라이언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3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격해 팀의 3-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2승 1패, 승점 6이 된 전북은 한 경기 덜 치른 방콕 유나이티드(승점 6)에 이어 F조 단독 2위에 올랐다. 라이언시티는 1승 2패, 승점 3으로 3위.
이날 안현범은 선발로 나서 상대 공격을 미연에 차단하고, 공격 기회가 오면 순식간에 문전 앞으로 달려가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안현범은 경기 초반부터 번뜩였다. 전반 5분 아마노 준의 선제골을 도왔다. 라이언시티 진영 오른쪽 측면에 있던 안현범은 중앙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아마노 준을 보고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줬다. 이를 아마노 준이 놓치지 않았다.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안현범은 전반 20분엔 직접 골을 노렸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왼쪽 골대 모서리 옆으로 빠졌다.
공수에서 활발하게 움직인 안현범이다. 라이언시티는 전북이 전반에 슈팅 12개를 기록할 때 1개 겨우 날렸다.
지난 7월 트레이드를 통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전북으로 온 안현범은 짧은 시간 내 전북의 ‘복덩이’로 자리 잡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공수에서 모두 쓰임 받고 있다.
최근 리그 경기 포함 전북의 3연승에 안현범의 지분이 상당하다. 지난 8일 FC서울전에서 1도움을 기록해 팀의 연승 시작을 알린 선수가 바로 안현범이다. 더 앞서 9월 24일 광주FC와 맞대결에선 결승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이언시티와 경기 후 안현범은 믹스트 존 인터뷰에서 “방콕전을 져서 이날 3차전이 굉장히 중요했다. 3-0으로 이겨 너무 기쁘다”라고 운을 뗐다. 방콕과 원정 2차전에서 전북은 행운의 자책골로 먼저 경기를 리드했지만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다. 2-3으로 패했다.
안현범은 “수비수이기에 라이언시티에 실점하지 않은 것이 가장 기분 좋다”며 “저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전북이란 팀은 저 말고도 다른 모든 선수들이 대단하다. 그래서 항상 100% 쏟는 게 목표다. 여기에 오늘은 라이벌전이란 생각으로 뛰었다.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수비수’ 김진수와 호흡을 묻는 질문엔 “서로 합이 잘 맞는다. 진수형은 커리어적, 또 정신력적으로 배울 게 정말 많다.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경기장에서 진수형이 올라가면 제가 남고, 반대로 하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맞는 부분이 참 좋다”라고 설명했다.
단 페스레스쿠 감독은 라이언시티전에서 ‘전북다운 정신력’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안현범은 “항상 부담감을 안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북 선수들이다. 독일엔 바이에른 뮌헨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엔 맨체스터 시티가 있다. 이 팀들은 비기거나 지면 비난을 받는다. 전북도 그런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겨야 하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따른다. 이것을 이겨내는 선수만이 11명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게 ‘전북다움’ 아닐까 생각한다. 실력과 더불어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전북'”이라고 강조했다.
전북과 라이언시티전을 관중석에서 ‘클린스만호’ 차두리 코치가 관전했다. 6월과 9월 A대표팀에 다녀온 안현범은 10월엔 함께하지 못했다.
안현범은 “대표팀 승선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말한 뒤 “10월에 가지 못했던 건 무조건 제가 부족한 탓이다. 최대한 전북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데 집중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표팀 기회가 다시 주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