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 매각 효과가 손흥민(31, 토트넘)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라는 분석이 풀럼전에서 또 한 번 입증됐다.
토트넘은 2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홈 경기에서 풀럼을 2-0으로 꺾었다.
개막 후 토트넘의 무패 행진은 ‘9’경기로 늘어났다. 순위도 승점 23(7승 2무)으로 맨체스터 시티(승점 21)를 제치고 단독 1위를 차지했다. 풀럼은 승점 11(3승 2무 4패)로 13위.
이날 손흥민은 원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그를 2선에서 히샬리송-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가 지원했다. 파페 사르-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허리를 책임졌고, 데스티니 우도지-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수비라인에 위치했다. 골키퍼는 굴리엘모 비카리오.
손흥민이 선제골을 작렬했다. 전반 35분 반 더 벤이 높이 올라와 공을 끊어냈고, 히샬리송이 앞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를 제쳐낸 뒤 멋진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리그 7호골.
골맛을 본 손흥민은 번뜩이는 도우미 역할도 했다. 그는 전반 39분 절묘한 뒤꿈치 패스로 침투하는 우도지에게 정확하게 공을 내줬다. 골문 앞에서 나온 좋은 기회였지만, 우도지의 슈팅은 수비벽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9분 손흥민이 시즌 첫 도움을 작렬했다. 호이비에르가 상대 진영에서 공을 끊어낸 뒤 박스 안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욕심부리지 않고 쇄도하는 매디슨에게 패스했고, 매디슨은 침착한 마무리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는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매디슨이 합작한 골로, 매디슨이 손흥민의 멀티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던 지난 아스날전과는 반대였다. 홈 데뷔골을 넣은 매디슨은 손흥민을 꽉 안아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함께 다트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제 몫을 다한 손흥민은 후반 36분 지오바니 로 셀소와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1골 1도움으로 ‘2골 관여’ 주장다운 경기력을 선보이고 경기를 먼저 마쳤다.
경기 후 AP통신은 “손흥민의 깔끔한 마무리와 도움이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던) 케인의 최고 모습을 손흥민이 이날 보여주며 토트넘을 리그 정상 자리로 되돌려놨다”고 평가했다.
이어 “풀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한 번 토트넘이 케인이 떠났지만 올 시즌 잘 해낼 수 있단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케인을 대체해 토트넘의 센터포워드에 위치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지난 여름 케인과 작별한 토트넘은 예상을 뒤집고 제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손흥민도 전보다 살아나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지난 20일 "케인이 떠난 뒤 손흥민은 새로운 위치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9월 E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최근 손흥민의 상승세를 조명했다.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단짝’ 케인과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주포지션 왼쪽 윙어로, 최전방 자원 케인과 호흡을 맞췄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2021-2022시즌 EPL 득점왕(23골, 35경기 출전)을 수상했던 것과 달리 지난 시즌엔 10골(36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이 겹친 데 따른 부진이었다. 손흥민 스스로 “실망스러운 시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시작 전 케인이 토트넘을 떠나면서 손흥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자연스럽게 그가 과거 기량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손흥민은 펄펄 날고 있다. 현재 2023-2024시즌 EPL 9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7골을 기록했다. 9월 한 달 동안 해트트릭 포함 6골을 작렬했다. 케인 부재 속 오히려 날개를 단 손흥민인 것이다.
‘스카이스포츠’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의 위치를 최전방으로 변경시킨 것이 좋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 시즌 제외 손흥민의 최근 세 시즌 동안 박스 안 볼 터치 비율은 8.1%, 9.3%, 8.7%에 그쳤다. 모두 10%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올 시즌 수직 상승했다. 손흥민은 19.4%를 찍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상대 박스 안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손흥민의 올시즌 EPL 6골 모두 박스 안에서 나왔다.
‘스카이스포츠’는 “케인 매각 효과가 손흥민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케인이 떠나고 나서 알게모르게 부담감이 상당할 손흥민이지만 자신 앞에 놓인 강행군 일정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있다.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손흥민은 한국에서 치러진 10월 A매치 일정을 끝마치고 소속팀을 복귀해 곧장 풀럼전에 나섰다. 경기전까지 그의 체력을 걱정하는 시선은 상당히 많았다. 10월 A매치 기간 동안 체력 문제와 더불어 손흥민이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노출됐기 때문. 이에 풀럼전 출전이 가능한지는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손흥민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8일 귀국했다. 당시 손흥민에게 체력 부담 문제와 사타구니 부상 이슈까지 더해져 그의 A매치 2연전 출전이 불투명했다. 손흥민은 한국으로 오기 직전까지 토트넘 경기를 소화했다.
결국 손흥민은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한국 4-0 승리)와 1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베트남과 2차전(6-0 승리)은 풀타임을 소화, 황희찬(울버햄튼)의 도움으로 1골을 넣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기 뛸지 말지 고민 많이 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 팬들 앞에서 안 뛰는 건 제가 용납할 수 없겠더라. 감독님과 상의한 뒤 경기에 나서겠다고 했다”라고 들려줬다.
하지만 손흥민이 베트남 경기 전반전 후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포착 돼 모두의 우려를 샀다. 그러나 다행히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는데 장애물이 될만한 부상은 아니었다.
20일 영국 매체 ‘메트로’에 따르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풀럼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A매치 기간 동안 불편함을 겪었지만, 두 선수 모두 건강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A매치 기간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모두가 메디컬테스트를 받았고 신체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모두의 걱정에 ‘골’로 답하며 이상없단 것을 몸소 보여줬다.
풀럼전에서 펄펄 난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 선수’ 영광도 안았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그에게 평점 8.9점을 매기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았다. 손흥민은 약 82분간 1골 1도움, 슈팅 3회, 드리블 성공 3회(4회 시도), 기회 창출 4회, 빅찬스 창출 1회 등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매디슨도 높은 평점 8.4점을 받았다. 그는 1골과 볼 터치 63회, 패스 성공률 86%(38/44), 기회 창출 4회, 슈팅 3회, 지상 볼 경합 승리 8회(12회 시도), 피파울 4회 등을 기록했다.
'리그 7호 골’ 손흥민은 EPL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득점 공동 2위로, 9골을 넣은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을 맹추격하고 있다.
또 이날 손흥민은 EPL 통산 개인 110골 고지도 밟으며 라이언 긱스(이상 109골, 은퇴)를 제치고 에밀 헤스키와 함께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 공동 26위에 올랐다.
경기 후 손흥민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대단한 응원, 최고의 퍼포먼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은 오늘 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많이 사랑합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케인 역시 토트넘을 떠나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케인은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지난 18일 이탈리아와의 유로 2024 예선에 나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3-1 승)의 본선행을 이끌었다. 올 여름 뮌헨으로 이적한 뒤 대표팀에 차출되기 전 소속팀 공식전 10경기에 출격해 9골 5도움을 기록한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후 22일 뮌헨으로 돌아가 치른 마인츠와 경기에서도 1골을 넣어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20일 영국 매체 ‘더 부트룸’에 따르면 첼시 출신 토니 카스카리노(61)는 “이탈리아전에서 만큼 케인이 육체적으로 엄청난 적을 본 적 없었다. 그는 굉장한 상체 힘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제압했다. 이탈리아 선수가 케인에게 접근했을 때 케인의 상체는 거의 흔들림 없었다”며 몸싸움에서 강해진 그를 놀라워했다.
‘더 부트룸’은 “카스카리노는 케인이 토트넘을 떠난 뒤 발전했음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