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33, 미카와)은 공격을 하지 않아도 수비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이대성의 소속팀 씨호스 미카와는 22일 일본 아이치현 홈구장 윙 아레나 가리야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B리그 정규리그’에서 레방가 홋카이도를 78-56로 제압했다. 안방에서 이틀 연속 승리한 미카와는 시즌 3승 3패로 5할대 승률을 맞췄다.
기록지만 보면 이대성이 부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날 이대성은 3점슛 하나를 성공시키며 3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KBL에서 18.2점을 넣었던 이대성이다. 슛 시도 자체가 3점슛 2개에 지나지 않았다. 이대성이 공격에서 역할을 받지 못하니 주축전력에서 제외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이대성 경기를 보니 의문점이 풀렸다. 일본프로농구는 외국선수 셋을 보유하고 둘이 동시에 뛴다. 페인트존에 상대 외국선수까지 네 명이 고정으로 서있다. 초창기 KBL과 비슷하다.
여기에 이대성처럼 아시아쿼터 선수를 쓸지 귀화선수를 쓸지 양자택일 할 수 있다. 빅클럽에는 일본국적 혼혈선수까지 추가해 흑인선수 네 명이 동시에 코트에 서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실 외국선수끼리의 싸움은 다 대등하다. 가장 큰 차이는 이대성의 포지션에서 나온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수비를 못하면 그대로 집중공략 대상이 된다. 아시아쿼터 선수로 한국선수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이대성이 매치업에서 귀화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성은 팀 사정상 포인트가드가 아닌 스몰포워드로 뛰고 있다. 일본국내선수 중 아시아쿼터를 막을 수 있는 장신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성은 가와무라 유키 같은 스타가드들과 매치업하지 않는다. 드와이트 라모스 같은 아시아쿼터 선수나 흑인 또는 백인 귀화선수가 주로 상대다.
이대성의 피지컬과 수비능력은 일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날 이대성은 3점에 그쳤지만 매치업을 펼친 드와이트 라모스를 3점슛 2/7로 잘 막았다. 미카와가 전반에만 이미 20점 이상 앞서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리치맨 감독은 후반전 이대성 등 주전급들의 체력을 아꼈다.
이대성이 대신 궂은일을 해주면서 외국선수들은 득점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센터 다반테 가드너는 3점슛 9개를 쏴서 8개를 꽂으며 31점을 폭발시켰다. 1, 2옵션 동료들 슛이 워낙 잘 터지다보니 이대성에게 슈팅기회가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경기 후 라이언 리치맨 미카와 감독에게 이대성의 경기력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오늘 이대성이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아주 잘했다. 이대성 피지컬이 좋다. 슈터들을 쫓아가면서 잘 막아냈다. 오늘 수비를 잘했다. 이대성의 득점마진이 +17점이었다”고 칭찬했다.
리치맨 감독이 의미를 두는 유일한 기록은 온코트 득점마진이었다. 이대성이 공격을 안 해도 수비에서 얼마나 기여도가 큰지 보여준다. 어차피 득점할 선수가 많다면 팀에 꼭 필요한 청소를 해주는 이대성이 소중한 존재다.
경기 후 만난 이대성은 “물론 어렸을 때는 득점에 욕심이 있었다. 한국 같았으면 내가 득점을 많이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싶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외국선수 신분이다. 나를 써서 팀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팀이 20점 이상 이기는 상황에서 굳이 내가 득점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즌은 길고 아직 초반이다. 60경기를 하다보면 득점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감독이 지시한 농구를 정확하게 해서 팀이 이기는 것”이라며 성숙한 답을 했다.
리치맨 감독의 생각도 이대성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는 “모든 경기에서 배울 점이 있다. 어떤 경기에서 득점을 많이 하고 어떤 경기는 수비를 많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다. 3쿼터에 턴오버가 많이 나와 약간 당황했지만 일부러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았다. 선수들이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랐다. 이대성이 코트에서 보여주길 바랐다”며 이대성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