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저'다운 철통 수비였다.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가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팀 내 최고 평점을 차지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마인츠 MEWA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서 마인츠를 3-1로 꺾었다. 8경기 무패를 달린 뮌헨은 승점 20(6승 2무)으로 3위에 올랐다.
김민재와 이재성의 '코리안 더비'가 열렸다. 한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두 선수 모두 나란히 선발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김민재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이재성은 후반 18분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경기장을 직접 방문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앞에서 미소를 지은 이는 후배 김민재였다. 뮌헨 유니폼을 입고 9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그는 마티아스 더 리흐트와 함께 중앙 수비를 구성했다. 김민재는 경기 내내 압도적인 제공권과 단단한 피지컬을 앞세워 철벽 수비를 펼쳤다. 유일한 실점도 리로이 자네의 턴오버와 콘라트 라이머의 위치 선정이 문제였다.
반면 이재성은 전반 12분 골대 불운에 가로막히며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키퍼에 굴절된 뒤 우측 골포스트를 때렸다. 이재성은 이후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채 벤치로 물러났다.
뮌헨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해리 케인, 리로이 자네-자말 무시알라-킹슬리 코망, 요주아 키미히-레온 고레츠카, 알폰소 데이비스-김민재-마티아스 더 리흐트-콘라트 라이머, 스벤 울라이히가 선발로 나섰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마누엘 노이어는 다음으로 복귀를 미뤘다.
마인츠는 3-4-2-1 포메이션을 택했다. 뤼도비크 아조르크, 이재성-브라얀 그루다, 앙토니 카치-레안드루 바헤이루-도미니크 코어-대니 다 코스타, 세프 판덴베르흐-슈테판 벨-에디밀송 페르난드스, 로빈 첸트너가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뮌헨이 빠르게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1분 코망이 자네의 패스를 받아 박스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최근 좋은 호흡을 자랑하는 자네-코망 듀오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5분 뒤엔 케인이 골 맛을 봤다. 그는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고레츠카가 머리로 내준 패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추가골을 터트렸다. 케인의 분데스리가 9호 골이었다.
마인츠도 반격했다. 아조르크를 앞세워 만회골을 노리던 마인츠는 전반 42분 카치의 멋진 득점으로 한 골 따라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그루다가 박스 왼쪽으로 공을 내줬고, 카치가 대포알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마인츠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뮌헨이 후반 14분 고레츠카의 골로 다시 달아난 것. 무시알라의 패스를 받은 고레츠카는 박스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3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양 팀 모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인츠는 이재성과 페르난드스, 코어를 대신해 에이멘 바르코크, 톰 크라우스, 막심 리히터를 넣었다. 뮌헨은 고레츠카와 무시알라, 자네를 불러들이고 부나 사르, 마티스 텔, 에릭 추포모팅을 투입하며 맞섰다.
뮌헨과 마인츠는 마지막까지 서로의 골문을 겨냥했으나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43분 그루다가 시도한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슈팅도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승부는 원정팀 뮌헨의 3-1 승리로 매조지어졌다.
뮌헨은 공격진도 3골을 터트리며 힘을 냈지만,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예고한 대로 김민재-마티아스 더 리흐트 듀오로 중앙 수비를 꾸렸다. 그간 보기 어려웠던 조합인 데다가 더 리흐트가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우려도 있었으나 모두 기우였다.
김민재도 혹사 우려를 딛고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그는 올 시즌 뮌헨과 한국 대표팀을 통틀어 1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재는 지난 8월 라이프치히와 DFL-슈퍼컵 교체 출전을 제외하면 모두 선발로 나섰고, 이번 경기로 뮌헨에서만 8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초반부터 철벽 수비를 자랑했다. 그는 동료 미드필더들보다 높이 올라가 한발 빠르게 상대 패스를 끊어냈고, 우월한 제공권을 앞세워 공중볼을 지배했다. 공만 건드리는 깔끔한 태클과 강력한 몸싸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벽이었다. 김민재는 후반 30분엔 좌측면에서 상대 공격수 그루다를 몸으로 날려버리며 엄청난 힘을 뽐내기도 했다. 어깨를 사용한 정당한 몸싸움이었지만, 김민재에게 치인 그루다는 옆줄 밖까지 튕겨져 몇 바퀴 구를 정도였다.
백미는 역시 후반 36분 포효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박스 안에서 아조르크를 향해 날아온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잘 차단했다. 그러자 김민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크게 포효했고, 달려온 더 리흐트와 포옹하며 환하게 웃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후방 빌드업을 이끌었다. 그는 90분 동안 패스를 102차례 시도해 모두 성공했고, 롱패스도 3개 뿌려 전부 동료에게 연결했다. 여기에 차단 1회,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2회, 리커버리 5회, 공중 볼 경합 승률 100%(2/2)까지 기록하며 평점 7.3점을 받았다.
독일 'TZ'도 김민재에게 팀 내 최고 평점 2점을 매겼다. 독일에선 점수가 낮을수록 높은 평점을 뜻한다. 파트너 더 리흐트는 평점 3점을 받았고, 자네와 고레츠카, 코망, 키미히가 2점을 기록하며 김민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TZ는 "김민재는 최근 고국에서 A매치 두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마인츠에선 클린스만 감독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수비진을 훌륭하게 이끌었고, 후방에서 언제나 깔끔한 패스를 전달했다. 뮌헨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독일 '바바리안 풋볼' 역시 김민재를 이번 경기 '카이저(황제)'로 뽑았다. 어느덧 3경기 연속 카이저 선정이다. 매체는 "김민재는 그동안 조용히 견고한 경기를 펼쳐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 덕분에 그는 바이에른에서도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바바리안 풋볼은 "김민재는 신체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면서 패스 실력도 빛났다. 100번의 패스 시도와 100번의 패스 성공. 100% 성공 기록이다. 바이에른만의 괴물이 보여준 아주 깔끔한 경기력이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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