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 달 전인 8월 25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 클럽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록이 세워졌다.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단일 클럽 250득점’ 기록이 탄생했다. 대단한 기록이었건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그대로 묻혀 버렸다. 세상의 빛이 어떠한지 채 느껴 볼 새도 없었다.
아시아 축구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는 3개국(한국·일본·호주)을 16강 결선 라운드에 올려놓았다. 그만큼 신장세가 두드러졌으나, 주목도는 그에 비례해 높아지지 않은 듯싶다.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 네이마르(알 힐랄),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등 세계적 골잡이들이 잇달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전성시대를 지나 노쇠화 기미를 띠고 있다며 그 의미를 깎아내리는 시선 때문에,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았던 점 역시 사실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아 그대로 꺼질 뻔했던 이 대기록은 다시 불씨가 되살아날 계기를 맞았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지난 21일 뒤늦게 기록의 의미를 재조명한 데서, 뒤늦게나마 세상의 빛을 보게 되기에 이르렀다. ‘알리 맙쿠트·알 자리라 250골!(Ali Mabkhout·250 goals for Al Jazira!)’ 제하의 톱뉴스에서, IFFHS는 “아랍에미리트(UAE) 스트라이커 알리 맙쿠트가 자신의 클럽인 알 자지라에서 250골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IFFHS는 “맙쿠트가 전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21세기 단일 클럽 250득점 기록 수립 반열에 올랐다”라며 업데이트된 순위를 발표했다(표 참조).
맙쿠트, 세계에서 열한 번째 및 아시아에서 두 번째 대기록 세웠지만…
맙쿠트가 대기록 수립의 영광을 누리게 된 무대는 UAE 프로리그였다. 지난 8월 25일 모함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2라운드 홈 알 와흐다전(1-2패)이었다. 맙쿠트는 후반 12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1-1)을 뽑아냈다.
이로써 알 자지라에 둥지를 틀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맙쿠트는 한 보금자리에서만 250골을 낳는 감격을 누렸다. 2008-2009시즌에 데뷔한 맙쿠트는 2009년 첫 골을 잡아낸 바 있다. 알 와흐다전 뒤 벌어진 5경기(리그 3·리그컵 2) 중 1경기(리그컵 바니야스 SC전·2-2 무)에만 나선 맙쿠트는 더는 골을 추가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선, 두 번째 단일 클럽 250골 기록이다. 쿠웨이트 프리미어리그 알 카디시야 SC의 바데르 알 무타와(5위)가 첫 번째 주인공의 영광을 지니고 있다. 줄곧 알 카디시야에서만 열정을 불사르는 알 무타와는 2003년 첫 골을 뽑아낸 이래 지금까지 293골을 터뜨렸다.
이 기록 보유자 11명 가운데, 맙쿠트와 알 무타와는 활동 영역을 비유럽 리그로 삼은 단 2명의 선수다. 또 아직도 한 팀에만 몸담은 세 명 중 두 명이다. 또 한 명은 북아일랜드 프리미어십(NIFL) 클리프턴빌에 터를 닦은 조 곰리(7위·265골, 2011년~)다.
맙쿠트를 ‘K리그의 전설’인 이동국과 비교하면 그 기록의 대단함에 다시 한번 감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K리그 최다 득점(228골)을 비롯해 득점 기록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동국의 단일 클럽 득점은 210골이다. 전북 현대(2009~2020년)에서 12시즌 동안 뛰며 쌓은 기록인데, 맙쿠트와 상당한 차이다.
그렇다면 이 기록 최고봉엔, 누가 올라 있을까? 대부분 짐작하는 대로,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리오넬 메시(36, 인터 마이애미 CF)다. 메시는 스페인 라리가 명문인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시절(2004~2021년) 672골을 수확했다. 라리가 474골, 리그컵 70, 국제 클럽 대회 128골을 엮어 결실했다.
메시와 더불어 ‘신계의 사나이’로 불린 호날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역시 라리가 명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쌓은 기록이다. 라리가 311골, 리그컵 26, 국제 클럽 대회 113골을 엮어 450골을 거둬들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던 시절에, 한국 팬의 사랑을 받았던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은 6위에 자리하고 있다. EPL에서만 213골을 토대로 모두 280골을 토트넘에 안겼다. 이 골 수는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맙쿠트는 2015 호주 AFC 아시안컵 득점왕(5골) 출신이다. 그만큼 재능을 갖춘 베테랑 골잡이다. 기울어져 가는 해일망정, 간간이 골을 뽑아내며 자신이 아직은 살아 있음을 부르짖는다. 맙쿠트가 이 기록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까? 적어도, 자신의 바로 앞인 10위에 자리한, 지금은 은퇴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53골)를 제칠 건 확실시된다.
아시아 축구의 존재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 맙쿠트와 알 무타와가 녹슬지 않는 골 솜씨를 뽐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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