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거래의 1.4배.’ 현대자동차가 끊임없이 중고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238만대다. 같은 시기 신차 판매는 166만 2,907대였다. 238만대의 거래 중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는 90여 만대로 약 38%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Hyundai Certified/GENESIS CERTIFIED)’ 미디어 데이를 열고 인증중고차 사업 출범을 알렸다. 작년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으로 인증중고차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 1년 10개월 만에 본 사업을 열었다.
그 사이 중고차 매집에서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중고차사업 전과정에 걸친 자체 인프라 구축 작업에 매진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한다고 해서 전체 중고차 시장에 다 뛰어든 건 아니다.
‘인증 중고차’라는 말에는 ‘품질이 보증되는 중고차’라는 속뜻이 숨어 있다. 연식이 아주 오래되거나 주행이력이 너무 많은 차는 사실상 품질을 인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말 저렴한 중고차는 ‘인증 중고차’ 시장에선 만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인증 중고차’로 관리할 차량은 연식은 5년, 주행거리는 10만km 이내 무사고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으로 한정했다. 상용차는 제외되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신차를 구입하기 위해 타던 차량을 현대차 인증 중고차 플랫폼에 팔 경우는 조건이 덜 까다롭다. 타던 차량의 브랜드에 상관없이 차량 연식 8년 미만, 주행거리 12만km 미만의 차량이면 매각 신청을 할 수 있다.
인증 중고차는 매입, 정밀진단, 품질개선, 최종점검, 품질인증의 단계를 거쳐 상품화된다. 정밀진단 단계에서는 현대차는 272개,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에 걸쳐 진단과 검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부품 교체나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품 교체는 물론, 판금 및 도장까지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상품화된 차량은 공식 인증 마크(Hyundai Certified/GENESIS CERTIFIED)를 받는다.
인증중고차 센터는 아직은 전국에 2곳뿐이다.
연간 1만 5,000대의 중고차를 상품화할 수 있어 인증중고차 허브 기지 역할을 할 양산 인증중고차센터(부지면적 31,574제곱미터)와 중고차 복합단지 ‘오토허브’ 내 3개동에 걸쳐 연면적 7,273제곱미터(2,200평) 규모로 하루 30대의 상품화가 가능한 용인 인증중고차센터가 있다. 이 시설들은 전국적으로 더 확장된다.
인증중고차센터가 두 곳뿐이라고 해서 거리가 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중고차 구매에 애를 먹을 일은 없다. 구매와 판매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앱 또는 웹에서 검색, 검수, 구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 해결할 수 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이를 ‘오감만족 서비스’라고 명명했다.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차량을 체험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생생한 실체감을 온라인에서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즉, 차량 내외부 360도 VR 콘텐츠 및 누유·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차량 하부 사진 등의 시각 정보, 최대 6배까지 확대 가능한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한 시트질감 등의 촉감정보, 실내 공기 쾌적도를 수치화한 후각정보, ‘엔진점검 AI’가 녹음한 차량 엔진소리 등의 청각정보, 타이어 마모 정도와 주행보조와 같은 차량의 첨단기능 상태를 보여주는 초감각 정보까지 제공한다. 생생한 엔진소리까지 들려준다.
사후 관리도 신차 판매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신차와 동일하게 전국 1,300여개의 현대차/제네시스 서비스망에서 보증서비스 등의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신차 판매 시 제공된 무상 보증기간을 포함해 인증중고차 구매시점 기준으로 1년 2만km까지 무상 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 신차 잔여 보증기간과 인증중고차 보증기간 중 기간 및 주행거리가 큰 보증기간이 기준이다.
인증중고차 구입 시에도 차량가격의 0.2%가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되고, 커넥티드 카 서비스(Connected Car Services)도 이용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온라인 중심의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현대자동차가 그 동안 쌓아 놓은 ‘신뢰’가 깔려 있다. 중고차를 구매하는데 실물을 보지 않고도 구매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건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대자동차 아시아대권역장 유원하 부사장이 인증중고차 출범행사에서 강조한 것도 ‘신뢰’다. 유 부사장은 “현대자동차는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 한다(Made by us, Cared by us)’는 철학 아래 인증중고차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중고차 판매를 넘어서 고객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해,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킴으로써 국내 중고차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제조사로서 보유한 자체 데이터는 물론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대량의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을 운영하고, 가격 산정은 합리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는 ‘인공지능 가격산정 엔진(AI Pricing Engine)’을 가동한다.
소비자가 중고차 구입을 꺼리는 핵심 원인이었던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신차 판매 수준의 ‘신뢰’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게 현대차 인증중고차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