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깝다!. 한 걸음 차로, 21세기 최초의 대기록 수립의 뜻은 좌절됐다. 마지막 순간,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리오넬 메시(36, 아르헨티나)는 신이 깔아놓은 ‘시련의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메시는 인간이다. 인간은 늙는다. 따라서 메시는 늙는다.”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삼단논법이다. 그러나 메시는 이런 삼단추리법을 거부해 왔다.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몸놀림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트일 대로 트인 시야와 능할 대로 능한 기량을 바탕으로 한 득점력은 오히려 더욱 거세진 듯한 요즘이다.
들어가는 나이에 따른 노쇠화를 비웃는(?) 듯 절정의 득점 감각을 뽐내던 메시이건만, 눈앞에 놓였던 과실을 따는 데엔 실패했다. 21세기 A매치 연속 득점 경기 신기록을 손안에 거머쥐는 듯했으나,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록 보유자 반열에 올라 어깨를 나란히 한 점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다른 세 명과 함께 기록 보유자 반열에 올라… 다시 ‘도전의 길’에 나서
‘라 알비셀레스테(La Albiceleste: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애칭)’는 요즘 즐겁다. 연승 행진을 달리며 ‘무적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챔피언의 관록에서 우러나온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페이스다. 월드컵 2연패도 어렵지 않을 무서운 기세다. 물론, FIFA 랭킹도 1위다. 지난 4월 선두로 올라선 이래 내려올 줄을 모른다.
2026 북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 7일 막을 올린 남미축구연맹(CONMEBOL) 예선에서, 4연승(승점 12, 이하 10월 20일 현재)으로 선두를 내달린다. 7골을 뽑아내면서 자기 골문은 단 한 차례도 뚫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공수 균형감을 자랑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가 이루던 남미 3강 구도는 옛이야기가 됐다. ‘맞수’ 브라질과 ‘앙숙’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의 독주를 속절없이 쳐다만 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우루과이와 브라질(이상 2승 1무 1패, 승점 7)이 2~3위(다득점순)에 자리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 초반인데 벌써 승점 차가 5나 된다.
이 같은 아르헨티나 독주의 밑바탕엔, 메시가 존재한다. 메시는 매 경기 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 천하’가 열렸음을 알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 일자) 4라운드 페루전도 그 단적인 예다. 홀로 2골(전반 32분, 42분)을 뽑아내 2-0 완승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 메시는 월드컵에 맺힌 한을 씻어 냈다. 라 알비셀레스테를 정상으로 이끌며 우승의 꿈을 비로소 이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7골을 잡아냈다. 팀 득점(15골)의 절반에 가까운(46.7%) 수치에서, 메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가가 엿보인다.
사실, 메시의 A매치 연속 득점 기록은 이때 싹텄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호주전부터 결승 프랑스전까지 네 경기 잇달아 골맛을 봤다. 호주전을 비롯해 8강 네덜란드전과 4강 크로아티아전에서 각각 1골씩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판인 프랑스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끝이 아니었다. 해를 넘겨 2023년, 세 차례 평가전에서 잇달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3월 파나마전 프리킥 골을 필두로, 같은 달 퀴라소전 해트트릭으로 박차를 가했고, 6월 호주전에서도 한 차례 골문을 열었다. 호주전 득점은 자신의 커리어 사상 최단 시간(1분 12초) 골이었다.
지난달 2026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마침내 메시는 금세기 A매치 연속 득점 기록 고지에 발을 들여놓았다. 9월 7일 첫판 에콰도르전에서, 후반 33분 프리킥으로 결승골(1-0)을 꽂아 넣었다. A매치 8연속 득점이자 역대 프리킥 골 5위에 자리하는 순간이었다. 에딘 제코(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세르비아)에 이어 금세기 네 번째로 ‘8고지’를 밟았다(표 참조).
그러나 대기록 등정의 영광까지 누리진 못했다. 닷새 뒤인 9월 12일 2라운드 볼리비아전에서, 메시는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팀은 비록 3-0 완승을 일궜을망정, 메시는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 여파였을까? 한 달 뒤 열린 파라과이전(1-0 승)에서도, 메시는 골맛을 보지 못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통해 애꿎은 골대만 두 번 울렸다.
메시는 꺾이지 않았다. 다시 ‘도전의 길’에 나섰다. 닷새 뒤인 10월 17일 페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부도옹(不倒翁)’의 풍모를 과시했다. 메시는 과연 또 다른 금자탑을 세울 수 있을까? 라 알비셀레스테가 앞으로 어떤 궤도를 밟아 나갈지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