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에서 자국 대표팀이 대패했지만 베트남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런 분위기다.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A매치 평가전에서 0-6으로 대패했다. 김민재에게 선제골을 내준 것을 비롯해 자책골 포함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에게 실점했다.
경기 전부터 예상된 결과였다. FIFA랭킹 95위 베트남에 있어 26위 한국은 애초부터 버거운 상대였다. 후반 16분에는 한 명(부이 호앙 비엣)이 퇴장까지 당해 수적 열세인 상태로 한국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야 했던 베트남이었다.
결국 앞서 홍콩(1-0 승), 시리아(1-0 승), 팔레스타인(2-0 승)을 이기면서 3연승을 거뒀던 베트남은 중국(0-2 패), 우즈베키스탄(0-2 패)에 이어 3연패를 기록하게 되면서 우울한 귀국길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베트남 매체 '봉다'는 경기 후 "트루시에 감독이 경기 전 말했듯 한국과 맞대결은 (베트남에) 큰 선물이다. 경기 내내 베트남은 한국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또 베트남 선수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개선할 부분을 찾았을 것이다. 전술을 따라가는 기술, 경기 운영 방식, 그리고 신체적인 부분 등을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평했다.
'2사오' 역시 "베트남은 한국에 크게 패했지만 트루시에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는 귀중한 선물이 됐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등 한국 대표팀의 유럽파 스타들이 베트남 대표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출전했다"면서 "한국 스타들은 단순히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경기를 진지하게 임했기 때문에 6-0 승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이 베트남을 상대로 최상의 전력으로 나섰고 경기도 진지하고 헌신적으로 한 것이 트루시에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는 선물이었다는 것이다. 또 베트남이 한국처럼 수준 높은 팀과 함께 플레이함에 따라 존경심을 갖게 됐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베트남이 한국에 패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라면서도 "90분 경기를 돌이켜보면 트루시에 감독의 제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서 더욱 볼 만했다. 6골을 내줬지만 그렇다고 수비가 너무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 공격에 탄력적으로 경기를 펼쳤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만 한국팀 공격 배치와 압박, 득점력이 정말 수준급이어서 베트남 대표팀이 계속 밀리는 모습이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면서 "공격도 베트남이 역습을 정말 잘 만들어냈고 한국을 향해 많은 슈팅을 날렸다. 꽤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고 돌아봤다.
특히 "아시아 최고 팀과 경쟁하기 위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팀의 현실을 깨달았다. 대패는 분명 재미가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 스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영광으로 이어지는 프로 레슨은 베트남 대표팀,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는 미래에 더 발전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졌지만 많은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트남 '단비엣'에 따르면 트루시에 감독은 한국전을 마친 후 한 식당에서 선수들에게 이날 경기에 대해 평가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이렇게 강한 상대에게 0-6으로 졌지만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은 여러분의 정신을 볼 수 있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경기 마지막 30분 동안 우리는 필드에서 10명만 플레이했지만 여전히 수비훈련을 통해 좋아진 점을 덧붙이고 싶다"면서 "한국을 상대로 0-6으로 졌지만 긍정적인 점을 더 많이 봤다. 정확한 패스 회수가 늘어났고 공을 전개하는 결정도 빨라졌다. 포메이션을 이루기 힘들었을 때 움직임이 개선됐다"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도 홍콩, 시리아, 팔레스타인전 승리가 아니라 바로 그것이었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