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게 바뀐 정관장 배구의 중심에는 아시아 쿼터 3순위로 뽑은 인도네시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24·등록명 메가)가 있다. 히잡을 머리에 두르 채 코트를 폭격하는 메가가 V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정관장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지난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 상대로 가진 2023~2024시즌 개막전을 세트 스코어 3-0(25-15, 25-15, 25-23) 셧아웃으로 장식했다. 1시간16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승점 3점으로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경기 전부터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메가왓티 합류로 정관장 공격력이 많이 강화됐다. 정호영, 박은진도 가운데 높은 벽을 쌓고 있다. 내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이 정관장인데 높이와 공격력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며 아포짓 자리에서 메가의 합류에 따른 정관장의 전력 상승을 예상했다.
김호철 감독의 평가는 정확했다. 개막전부터 메가와 정관장이 그 이유를 보여줬다. 1세트 초반 서브 에이스로 V리그 첫 득점을 신고한 메가는 강서브로 IBK기업은행 리시브를 흔들었다. 몸이 완전히 풀린 2세트에는 홀로 12점을 몰아쳤다. 대각과 직선을 가리지 않고 빈곳에 팍팍 꽂았다. 가벼운 몸놀림에 185cm 타점 높은 공격으로 하이볼 토스도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했다.
V리그 데뷔전에서 메가는 양 팀 통틀어 최다 21득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47.37%로 양질의 활약을 했다. 서브 에이스 2개, 블로킹 1개, 백어택 3개로 다양하게 점수를 내면서 펄펄 날았다. 수비에서의 움직임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경기 후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메가와 지아, 외국인 선수 2명이 비시즌을 정말 힘들게 보냈다. 그동안 이런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타이트한 경기가 많은 한국 리그를 소화하기 위해선 많은 훈련을 해야 했다”며 “두 선수 모두 인성이 좋은 선수들이라 잘 따라와줬다. 그 부분에 있어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기대했다.
V리그 여자팀 중 가장 훈련 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정관장인데 고희진 감독은 외국인, 아시아 쿼터 선수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메가는 “처음 한국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 많이 놀랐다. 훈련이 힘들어 많이 울기도 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감독님께서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많은 훈련량도 익숙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지만 수비에서도 움직임이 좋아졌다. 이날 디그 5개를 성공한 메가는 “수비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한국에 온 뒤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연습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슬람교 신자인 메가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경기를 할 때도 히잡을 쓴다. 양팔과 다리도 토시로 가린 메가는 이색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데 강력한 스파이크로 존재감을 더 크게 높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