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파파' 박항서 전 감독이 오랜만에 베트남 선수들과 만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근황과 미래 계획을 들려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26위)은 17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 베트남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러 6-0 대승을 따냈다.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앞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4-0 승전고를 울렸던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 2연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한국은 3연승을 내달렸다.
과거 베트남의 축구 성장을 일군 박항서 전 감독이 경기장을 찾아 맞대결에 의미를 더했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오랜만에 베트남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대면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전 베트남 벤치로 다가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결전을 앞둔 베스트11 선수들과는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현재 베트남대표팀 거의 모든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의 지도를 받고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 동남아에서도 변방에 머물렀던 베트남을 동남아 최강으로 이끌었다. 2018 ‘동남아의 월드컵’ 스즈키컵 우승과 동남아시안게임 우승까지 이뤘다. 베트남역사상 최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 및 승리도 박항서 감독이 달성했다.
박항서 감독은 2020년 베트남 2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그는 2022년 수교훈장 흥인장까지 받으며 베트남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박항서 감독이 낸 성적에 고무된 베트남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아시아 최강 한국과 원정 평가전까지 기획한 것이다.
하지만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베트남은 10일 중국에게 0-2로 완패했고, 13일 우즈베키스탄에 다시 한 번 0-2로 무너졌다. 이날도 한국에 6골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장을 찾은 박항서 감독은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먼저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그는 "주로 베트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 일이 있으면 와서 일을 보곤 한다. 27일 다시 베트남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어 지도했던 선수들을 오랜만에 본 소감에 대해선 "오랫동안 같이 했던 선수들이 많았다. 보니까 반갑다. 최근에 베트남 리그를 보거나 선수들 만날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을 만나게 돼 기뻤다"라고 웃었다.
'자신이 지도하던 시절의 베트남과 지금의 베트남을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엔 "각 감독마다 축구 철학 스타일이 있다. 트루시에 현 감독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또 능력 있는 감독이다. 곧 본인만의 색깔이 나올 것"이라면서 "베트남 축구가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항서 감독은 "매번 말한 대로 한국에서는 현장 감독으로 일할 생각은 없다. 베트남에서 현재 어린이 축구 교실을 하고 있다. 제3국에서 요건과 조건이 맞고, 기회가 주어지면 (지도자 생활을) 할 생각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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