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 앞에서 안 뛰는 건 제가 용납하 수 없죠."
손흥민(31, 토트넘)의 베트남전 출전 비하인드 스토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26위)은 17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 베트남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러 6-0 대승을 따냈다.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앞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4-0 승전고를 울렸던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 2연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한국은 3연승을 내달렸다.
전반 5분 만에 김민재가 코너킥 찬스에서 어깨로 득점을 신고했다. 이강인이 올려준 킥을 보고 김민재가 정확히 날아올랐다. 머리에 공을 갖다 대고자 했지만 어깨 맞고 공은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희찬 발 끝에서 한국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전반 25분 후방에서 낮고 빠르게 들어오는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황희찬이 박스 근처에서 건네받아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베트남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전반을 2-0으로 마무리지었다.
후반전에 한국이 행운의 골을 얻었다. 후반 5분 박스 안 깊숙한 곳 왼쪽에서 손흥민이 반대편에 있던 조규성을 보고 낮은 패스를 찔러줬다. 이는 상대 선수 발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캡틴' 손흥민이 한국의 4번째 골을 작렬했다. 후반 15분 아크 정면에서 황희찬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왼쪽 골문 구석을 보고 손흥민은 정확한 슈팅을 날려 득점을 올렸다.
후반 16분 베트남 수비수 부이 호앙 비엣 아인이 퇴장 당했다. 한국의 공격 기회를 막아세워 경고 누적으로 레드 카드를 받았다. 손흥민이 프리킥 키커로 나섰지만 골은 없었다.
이강인이 골맛을 봤다. 후반 25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아크 부근에서 수비수 2명을 개인기로 요리한 뒤 왼쪽 골대를 보고 날카로운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에서 쐐기골이 나왔다. 후반 40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우영이 골키퍼 맞고 흐른 볼을 보고 달려들어 한국의 6번째 골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 이렇다할 공격 찬스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는 한국의 6골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뗀 뒤 "처음부터 경기를 잘 이끌어 나갔다. 많은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숙제다. 좋은 경기 했고, 칭찬받아야 하는 경기다.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 종료 후 발을 절뚝거리며 나갔다. 손흥민은 "축구선수로서 부상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오늘 경기 뛸지 말지 고민 많이 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 팬들 앞에서 안 뛰는 건 제가 용납할 수 없겠더라. 감독님과 상의한 뒤 경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훈련 많이 못했는데 (출전) 결정 해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모두 고맙다. 늦은 시간에 생각보다 쌀쌀했는데 팬들 덕분에 경기를 무사히 잘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11월부터 월드컵 예선이 시작된다. 손흥민은 "그동안 승리를 많이 하지 못했다. 지금 3연승으로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월드컵 예선~아시안컵까지 좋은 과정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첫승이 늦어진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다. 월드컵 가는 과정 같이 즐기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 담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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