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 수록 발로란트 e스포츠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메이저 지역 프랜차이즈 역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메이저 지역 중 하나 이지만 프랜차이즈 출범 이전인 중국 역시 카운터스트라이크의 턱밑까지 인기가 올라오면서 발로란트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발로란트 e스포츠 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 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요소다.
재능 있는 한국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금방 존재감을 드러냈다. 광주 쉐도우 출신 ‘요맨’ 채영문과 ‘스튜’ 박영찬은 발로란트 분석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발분석’ 마현성 감독과 함께 합류 두 달만에 레어 아톰을 ‘발로란트 차이나 에볼루션 시리즈(이하 EVO)’ 액트1 준우승을 견인했다. EVO에 대해 라이엇게임즈는 써드파티 대회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정식 프랜차이즈 출범 이전 이기에 그 영향력과 리그의 위치는 과거 온게임넷 시절 롤챔스와 비유할 수 있다.
타 FPS 종목인 카운터스트라이크, 크로스파이어 출신들로 구성된 레어 아톰은 대회 전 약체로 꼽혔지만, 이들의 합류 이후 두 달만에 ACT1 준우승이라는 믿기 힘든 성과를 일궈냈다.
OSEN은 ‘요맨’ 채영문과 ‘스튜’ 박영찬, 탁월한 발로란트 능력 분석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마현성 감독을 지난 3일 서울 선유도 인근 쉐도우코레이션 사무실에서 만났다.
중국 리그 합류 이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회 2위라는 성적을 낸 비결을 묻자 ‘스튜’ 박영찬은 “레어 아톰 합류 이후 두달만에 열린 대회였다. 짧은 기간이라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 마음을 비우고 즐기자 라는 마인드로 대회에 임했다. 다행히도 성적이 잘나와 나 역시 놀랐다”라고 활짝 웃었다.
덧붙여 박영찬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성과가 아닐까 싶다. 모여서 준비한지 짧은 시간에도 중국에서 내노라하는 강팀들과 승부에서 승리했다. 최강팀이라는 EDG와 결승 맞대결에서도 1세트를 이기기도 했다. 다시 맞붙는다면 더 좋은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까지 전했다.
1996년생 발로란트 프로게이머로 유명한 ‘요맨’ 채영문은 “값진 결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중국 최고의 팀인 EDG를 상대로 승부하기 과정이 내가 생각해도 드라마틱하게 흘러갔다.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는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지난 ACT1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고 ACT1 준우승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마현성 감독 역시 “뜻 깊은 경험”이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전까지 온라인상에서만 경험했던 발로란트 e스포츠를 실전을 통해 자신의 방향성을 재확인 할 수 있었고, 오버워치 코칭스태프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 떠올랐다고 소회를 말했다.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발로란트에서는 오프라인 대회를 처음 경험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펀플러스 피닉스에게 패했는데, 더 집중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린 시절 코칭스태프로 전향했는데, 예전 오버워치 코칭스태프때 즐거웠던 경험이 다시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었다. 아니 더 짜릿했던 것 같다(웃음).”
사실 ‘요맨’ 채영문과 ‘스튜’ 박영찬은 광주 쉐도우 소속으로 국내 리그인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 정규시즌 1위를 한 유망주였다. 아쉽게 스테이지1을 4위로 마치면서 승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발로란트 인재 수급에 열성적인 중국 리그에서 이 두명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발로란트 유투버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마현성 감독이 함께 레어 아톰의 러브콜을 받고 중국 리그에 몸을 담게 됐다.
앞으로 각자의 목표를 묻자 마현성 감독부터 자신의 포부를 전했다. “18살 때 시작된 코칭 스태프 생활에서 ‘항상 하고 싶은 걸 하자’가 모토였다. 존경하는 e스포츠 감독님이 김정균 감독이다. 김정균 감독 처럼 최고의 요리를 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세 명중 맏형인 ‘요맨’ 채영문은 “프로게이머로서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 감독이나 코치같은 지도자를 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라고 주변에서 말을 하고 있을 정도다. 나 역시도 그걸 알고 있다. 언제까지 할지 알수 없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이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 계속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실력이 안된다면 빨리 은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계획은 마흔 살까지 프로 선수로 뛰고 싶다. 계속 도전해 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내인 ‘스튜’ 박영찬은 “슈퍼 스타가 되고 싶다”는 재치와 패기 넘치는 각오를 전했다. “팬 분들에게 나 자신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누가 봐도 인정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SNS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에서는 첫 번째 꼽히는 ‘스튜’가 가장 최우선 목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