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 토트넘) 없이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전술적인 발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치른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이강인의 '하드 캐리'를 앞세워 4-0으로 대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9월 13일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리)에 이어 2연승에 성공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이번 10월 A매치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야 했다. 2024년 1월 열릴 AFC 아시안컵 카타르 2023 전 사실상 마지막 A매치 기간이기 때문이다. 11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있지만, 지금부터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3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첫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 A매치 첫 경기 콜롬비아에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는 1-2로 패배했다.
6월 만난 페루에는 0-1로 패배를 기록했고 엘살바도르와는 1-1로 비겼다. 9월에 마주친 웨일스에는 0-0으로 비겼다. 첫 승리는 웨일스와 맞대결 직후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전반 32분 터진 조규성의 결승 골로 승리,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 전반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답답했다. 경기 시작 전 갑자기 선수가 바뀐 것이 문제일까. 한국은 다소 경기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표팀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이 빠졌다는 점을 생각해야겠지만, 그를 제외하고도 한국 공격진은 훌륭하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번뜩이는 골 감각을 보여주는 황희찬과 미트윌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조규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수준 높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이재성, 파리 생제르맹 소속 미드필더 이강인도 있다.
클린스만호는 전반전 전력 우위를 앞세워 공 점유를 늘리며 경기를 주도하려 했지만, 의미 있는 공격 기회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였다.
전반전 내내 의미 없는 패스와 불필요한 파울이 계속 이어졌다. 답답한 마음이었을까. 수비진의 중심을 잡았던 김민재는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에 가담하면서 드리블 돌파,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후반전 이강인의 왼발이 번뜩이면서 한국 공격의 물꼬가 트였다. 이강인은 후반 10분 박스 근처에서 개인 드리블을 통해 상대 파울을 얻어냈고 이때 만든 프리킥 찬스에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긍정적인 골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강인의 개인 전술로 만든 골이다.
두 번째 골 역시 마찬가지다.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개인 기술로 공을 지켜낸 뒤 다시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세 번째 득점 장면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세트피스 득점은 코치진과 선수들의 전술 연습에 따라 만들어졌기에 이는 칭찬할 만하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 없이 4골을 뽑아냈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나 후반전에도 눈에 띄는 전술 변화는 없었다. 이강인 덕에 승리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 없는 경기였다.
조규성 밑에 자리하며 공격 진영을 자유롭게 누빈 이강인은 상대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전반전엔 단단한 튀니지의 파이브백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전술적인 계획 없이 이강인을 비롯한 공격수들에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황희찬은 왼쪽 측면에서 계속해서 크로스만 올렸고 이는 수비에 번번이 차단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규성으로 향하는 공 역시 철저히 봉쇄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튀니지와 경기에서 4-0이라는 결과를 내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아시안컵 우승을 외쳐왔던 그가 과연 전술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