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과 후반 달랐던 대표팀. 어디까지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소통'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국가대표 친선경기서 이강인의 2골 1도움 슈퍼 활약을 앞세워 4-0으로 승리했다.
어떻게 보면 클린스만호에게 가장 간절했을 승리. 선수들도 감독도 팬도 너무나 원했던 승리였다. 전반은 답답했지만 후반은 시원한 경기력으로 대승을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첫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 A매치 첫 경기 콜로비아에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는 1-2로 패배했다.
6월 만난 페루에는 0-1로 패배를 기록했고 엘살바도르와는 1-1로 비겼다. 9월에 마주친 웨일스에는 0-0으로 비겼다. 그나마 첫 승리는 웨일스와 맞대결 직후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전 원정이었다. 당시 한국은 전반 32분 터진 조규성의 결승 골로 승리,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우디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해서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홈에서 열리는 이 경기에서는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필요했다. 그리고 클린스만호는 해냈다. 심지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주장 손흥민을 벤치에 대기시키고 얻은 승리이기에 더욱 값졌다.
전반은 매우 답답한 경기였다. 제대로 유효 슈팅도 때리지 못할 정도로 튀니지의 파이브백에 고전했다. 후반 들어서 이강인이 후반 11분 프리킥으로 포문을 열고 후반 13분 경합 상황서 터닝 슈팅으로 추가골을 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기에 김민재가 유도한 상대 자책골과 황의조의 쐐기골까지 더해 클린스만호는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누가 봐도 전후반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 경기 후 MOM으로 선정된 이강인은 "후반전 들어서 포메이션 변화가 적중했다. (이)재성이 형이랑 바꿔 자리를 바꾸니 조금 더 자유롭게 뛸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님도 허락했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어떻게 보면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전술 능력에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 있으나 선수단 관리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소통을 강조하는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변화다. 여러 선수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발현된 것.
사실 전반전 답답했던 모습과 후반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의 플랜에 대해서는 의문이 붙을 수 있다. 그래도 경기 시작 전 선발 라인업에서 황인범이 빠지고 홍현석이 들어가는 변수가 있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톱레벨 경기에서는 결국 정신력이다. 피지컬, 기술은 좋은 선수들이다. 정신력을 심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결국 선수들이 즐기고 재밌게 경기해야 한다. 이강인을 보면 오늘 경기를 재밌어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럴 때 기량이 100% 발휘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리형이자 선수들과 소통이 능숙한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강인의 선제골 이후 편하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장점이 또 하나의 대표팀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