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태는 회복 어렵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12일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봤다. 한국 여자배구의 문제점을 살피는 질문에 “민감한 질문이다”라면서도 감독들 대표로 한 마디 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마무리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대 두 번째다. 한국은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 감독은 “현 상태로는 회복하기 힘들다. 시스템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계속될 듯하다”면서 “각 팀 감독들은 한국 배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배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7일 오후 6시 30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더칭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대만과 5위 결정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22 25-17)으로 이겼다.
2006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메달이지만 한국은 대만을 잡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준결승 탈락 충격 이후 북한, 카자흐스탄, 대만을 잡으면서 대회를 5위로 마감했다.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12연패), 아시아선수권(역대 최하 6위), 파리 올림픽 예선전(7연패)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에이스’ 노릇을 한 강소휘(GS칼텍스)는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솔직히 선수들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100% 최선을 다했는데 성적이 그렇게 나오니 많이 속상했다. 비판도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 배구 발전해야 한다”고 되돌아봤다.
직접 벽에 부딪히며 경험한 강소휘는 국제대회 선수들과 차이를 두고 “미들블로커들 키 2m도 많고 190m 후반도 많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키도 큰데 날렵하다. 우리도 수비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쿼터제도에 기대치가 생기고 있다. 이번 시즌 구단별 1명씩 아시아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됐다. 전력 평준화로 더욱 흥미진진한 V리그 순위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도 있다.
흥국생명 김수지는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이다”며 “이번 시즌에는 아시아쿼터 제도로 흥미진진한 경기가 많을 듯하다. 재미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GS칼텍스가 아시아쿼터선수로 뽑은 아이리스 톨레나다는 필리핀 국가대표 세터다. 175cm의 세터인 톨레나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를 졸업해 2015년부터 줄곧 필리핀 리그에서 뛰었다. 3차례 베스트 세터상을 받는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즉 국내 세터들이 보고 배울 만한 게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이날 “수준 자체를 높이려면 외국인 선수를 늘리는 것도 국내 선수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조 트린지 감독은 “외국인 선수 2명이다. 판도 예상 어렵다고 한다”면서 “2명이 팀에 있는 건 긍정적이다. 좋은 기술 가진 선수가 팀에 있으면 배구 전체 수준이 올라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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