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한 뒤 곧바로 파리올림픽으로 시선을 고정한 황선홍 감독이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경쟁 국가' 일본은 벌써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우즈베키스탄도 '조용히 강하게' 준비하고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22세 이하(U-22) 일본 축구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피닉스 라이징 FC스타디움에서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멕시코, 18일 미국과 평가 2연전을 갖는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2위로 마친 지 8일 만에 일본의 오이와 고 감독은 미국 원정길에 오른다.
지난 7일 오이와 고 감독이 이끄는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황선홍 감독의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과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만나 1-2로 패했다.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단 것에 아쉬워하기보단 2년 연속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내년 개최되는 파리올림픽 입상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3위를 차지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당시 일본은 21세 이하(U-21) 자원들로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했다.
오이와 고 감독이 굳이 U-21 선수들로 대회에 나섰던 이유는 2년 뒤 열리는 파리올림픽이 U-23으로 연령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일본이 U-22 선수들을 내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무릎 꿇으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꾸준히 합을 맞춰온 데 따른 끈끈한 조직력은 경기를 앞두고 일본의 장점으로 거론되곤 했다.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한 지 10일도 채 되지 않아 오이와 고 감독은 미국으로 건너가 평가전을 지휘한다. ‘파리올림픽 입상’을 최종 목표로 설정한 일본에 아시안컵-아시안게임은 그저 '과정' 중 하나다.
일본은 안방에서 열렸던 지난 2020도쿄올림픽 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4강에서 탈락한 뒤 멕시코와의 3-4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다가오는 파리올림픽 일본의 목표는 최소 동메달 획득이다.
2021년부터 오이와 고 감독 체제 속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나가면서 평가전도 주기적으로 치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아시안컵 3위를 한 뒤 곧바로 유럽 원정을 떠났다. 6월 중순 대회를 끝내고 9월에 바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건너가 각각 스위스(1-2 패), 이탈리아(1-1 무승부)와 평가전을 치렀다. 11월에도 스페인에서 스페인(0-2 패)과,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1-2 승)과 유럽 친선전을 통해 팀 전력을 점검했다. 올해 3월(독일, 벨기에)과 6월(잉글랜드, 네덜란드)에도 원정 평가전을 가졌다.
오이와 고 감독의 뜻을 일본축구협회가 전격 수용했기에 가능했던 유럽 평가전 성사다. 아시안컵 3위 후 오이와 고 감독은 대회 결과 보고 자리에서 “유럽 원정을 통해 수준 높은 상대와 경기를 하며 팀을 강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개월 만에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곧장 유럽으로 향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입상에도 성공한 일본은 또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멕시코, 미국과 10월 평가 2연전을 치른다. 심지어 이번 평가전은 아시안게임 개막 전에 잡혀있던 일정이다. 오이와 고 감독이 파리올림픽을 잘 준비할 수 있게 일본축구협회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단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번 해외 원정에는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선수들을 제외한 23명을 소집했다”면서 “한국전 다음날(8일) 귀국한 오이와 고 감독은 바로 미국으로 향했다”고 알렸다. 이원화된 올림픽 대표팀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평가전 상대도 심혈을 기울여 골랐다. '직전 대회 동메달' 멕시코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설 자격을 일찌감치 잃었지만 일본-멕시코전은 '리턴 매치'로 관심이 뜨겁다. 미국은 16년 만에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사기가 올라올 대로 올라와 있는 미국은 일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평가전 상대다.
더 나아가 일본축구협회는 올림픽 대표팀을 위해 11월 평가전 일정도 벌써 확정했다. 아르헨티나를 일본으로 불러들인다. 이후 12월엔 오이와 고 감독에게 소집 훈련할 시간도 줄 예정이다. 올해 가득 채워 이미 일정을 짰다.
반면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파리올림픽 호성적 기대감을 높인 황선홍호를 위한 대한축구협회(KFA)의 타임라인은 아직이다.
황선홍 감독은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는 항저우에서 돌아온 지난 8일 귀국 인터뷰에서 "KFA,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우리가 (파리올림픽)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은 3년 가까이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불과 몇 번 소집이 안 됐다. 앞으로도 불확실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지원을 간곡히 부탁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월 (프로팀의)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올림픽 대표팀이 2~3주 정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그런 기회도 없다면 앞으로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일본과 우즈베키스탄에 비하면 황선홍 감독은 아주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아시아 강호로 최근 급부상한 우즈베키스탄은 파리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사령탑' 티무르 카파제 감독에게 2021년 프로팀 감독 '겸직'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카파제 감독은 프로팀에서 선수들을 시즌 내내 점검, 기량 좋은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올려보낸다.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 언론 총책임자 데브론 파이지예프는 OSEN에 “특별히 2024년 올림픽 프로젝트를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카파제 감독은 선수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기본적인 지원조차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냈다. KFA는 적극적으로 나서 해외파들의 차출 문제를 미리 해결해야 했지만, 대회 직전까지 잡음이 나오게 했다.
황선홍호는 내년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 U-23 아시안컵 3위 안에 들어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내야 한다. 파리행 첫 관문이다. 이미 일본은 닻을 올렸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