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손흥민. 해리 케인이 떠난 지금 축복이다."
토트넘 홋스퍼 선배가 '캡틴' 손흥민(31)을 향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스퍼스 웹'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올 시즌 여섯 차례나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대런 벤트는 해리 케인의 이적이 그에게 이득이 됐다고 주장한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여름 케인을 잃었다. 그는 10년 넘게 몸담았던 토트넘을 떠나 '독일 챔피언'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케인의 이적료로 1억 2000만 파운드(약 1977억 원) 가까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우려가 쏟아졌다. 토트넘에서 케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기 때문. 그는 11살에 토트넘 유스팀에 합류한 뒤 435경기에서 280골을 터트리며 토트넘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전설이다. 케인은 지난 시즌에도 홀로 리그에서만 30골을 책임진 만큼,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트넘은 새로운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도 못했다. 마노르 솔로몬과 브레넌 존슨을 데려오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측면 공격수다. 2003년생 알레호 벨리스가 새로 합류했으나 즉시 전력감으로 보기엔 무리가 크다.
무엇보다 히샬리송이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초반 그에게 9번 역할을 맡겼지만, 히샬리송은 부정확한 마무리와 부족한 연계 능력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전방 압박과 높이 싸움에서는 도움이 됐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토트넘엔 손흥민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번리전부터 히샬리송 대신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하기 시작하더니 뜨거운 득점력을 뽐냈다. 손흥민은 어느새 6골을 몰아넣으며 엘링 홀란(8골)에 이어 프리미어리그(PL) 득점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손흥민은 지난 9월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그는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아스날전 멀티골, 리버풀전 득점까지 PL 4경기에서 무려 6골을 몰아쳤다. 지난 한 달간 그보다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 완전히 원톱으로 자리를 굳힌 손흥민은 9월 PL 공식 이달의 선수상 수상도 유력하다. 그는 훌리안 알바레스(맨시티)와 재로드 보웬(웨스트햄), 올리 왓킨스(아스톤 빌라), 페드로 네투(울버햄튼), 살라, 트리피어와 함께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만약 최종 수상까지 성공한다면 지난 2020년 10월 이후 3년 만이자 개인 통산 4번째 수상이다.
토트넘도 승승장구 중이다. 토트넘은 지난 7일 이브 비수마의 퇴장에도 루턴 타운을 1-0으로 꺾으며 8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순위도 승점 20(6승 2무)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1등 공신은 역시 손흥민이다. 토트넘 선배이자 PL 통산 106골의 소유자 벤트도 손흥민을 극찬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프로덕션'에 출연해 "손흥민은 환상적이었다. 케인이 떠난 상황에서 그는 거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트는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조금 느리게 출발했다. 그러나 번리전을 시작으로 중앙 공격수로 이동한 뒤로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정말 똑똑한 축구선수"라며 "골문 앞에서 혼전이 일어나려 할 때도 언제나 조금 기다리며 공간을 만든다. 그는 박스 안에서 공간을 찾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말 정말 훌륭한 마무리를 선보인다"라고 감탄했다.
손흥민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양발 능력도 언급했다. 벤트는 "손흥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양발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폼이 좋을 때는 아무도 그를 잡을 수 없다"라며 "손흥민은 케인이 떠나자 중앙으로 이동했고, '알고 있어? 난 골을 넣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번 시즌에 정말 뛰어났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벤트는 "모두가 '케인 없이 어떻게 할 것인가? 토트넘은 아마 10위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아니, 나는 이 클럽을 앞으로 캐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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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