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설영우(25, 울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유가 있었다.
와일드카드로 황선홍호에 합류한 설영우는 고참으로서 한국의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에 공을 세웠다. 정우영과 조영욱의 연속골이 터진 한국은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2-1로 눌렀다.
정우영은 9일 대표팀 소집에 금메달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손가락으로 8을 가리키며 ‘8골로 득점왕’에 오른 자신을 축하했다. 설영우, 이강인, 홍현석도 우승을 했지만 금메달은 가져오지 않았다. 설영우는 “금메달이 가방 속에 있는데 찾아오지 못했다”며 웃었다.
오는 12월 상무 입대 예정이었던 백승호, 설영우 등 미필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김천상무 ‘상병’ 조영욱은 조기전역을 한다. 김천상무는 당분간 엄청난 전력손실이 불가피하다. 조영욱은 “한국이 계속 승리하자 동기들 연락이 뚝 끊겼다”며 만족했다.
설영우는 금메달의 가치에 대해 “10억 원짜리”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군대에 가지 않은 연봉계산은 아니었다.
김민준(23, 김천상무)은 지난 5월 ‘꼭 후임으로 왔으면 하는 선수’로 울산선배 설영우를 지목했다. 그는 “설영우 형이 꼭 후임으로 왔으면 좋겠다. 내가 군입대를 신청했을 때 제일 많이 놀렸던 제일 친한 선배다. 게다가 아직 미필 아닌가. 꼭 내 밑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희망했다.
두 살 어린 후배를 선임으로 맞을 뻔했던 설영우는 금메달 획득으로 위기를 넘겼다. 설영우는 “민준이가 그 이야기를 계속 했다. 우승하고 시상식 올라가기 전에 민준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표정이 좀 많이 안 좋았다. 군생활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했다”며 매우 기뻐했다.
잘생긴 얼굴에 축구실력까지 전천후인 설영우는 요즘 인기가 폭등한 선수다. 그는 “사실 저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다. 인기가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우승한 것이 행복하다. 우승에 지분도 거의 없다. 한 5%”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고참이었지만 이제 A대표팀에서는 막내다. 설영우는 전천후 풀백으로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그는 “어디서든 치열한 경쟁은 다 똑같다. 국가대표로서 주전을 차지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제가 가진 실력을 다 발휘해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형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