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직접 유럽에 가서 태극전사들을 살피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0월 평가 1차전을 치른다. 이후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베트남과 2차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9일 파주NFC에 소집돼 첫 훈련을 가졌다. 훈련을 앞두고 클린스만은 취재진과 만나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해외거주 문제가 불거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9월 유럽원정 2연전을 마치고 김민재를 보러 뮌헨으로 가려던 일정을 바꿔 14일 선수들과 함께 귀국했다. 인천공항에서 그는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이 불러서 왔다”며 농담을 했다. 국내에서 자신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도 협회관계자의 언론브리핑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불과 5일 뒤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그는 곧바로 ESPN 패널로 방송에 출연해 ‘투잡논란’도 불거졌다. K리그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할 감독이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를 먼저 이야기했다.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축구는 나에게 즐거움이다. 내가 방송을 한다고 투잡은 아니다. 세계축구를 알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방송사에서 출연료를 받고 있지만 얼마를 받는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설명했다.
K리그 선수들 사이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K리그출신 대표선수는 “차두리 코치님이 ‘너희는 (비난여론을) 신경 쓰지 말고 훈련만 열심히 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협회가 실력이 뛰어난 해외파 선수들을 잘 살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한국축구의 근간이 되는 K리그가 너무 경시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은 “내가 생각하는 대표팀 역할은 조금 다르다. 물론 내가 K리그 감독이었다면 한국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경기가 없을 때 챔스 경기도 봐야하고 유럽도 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 술 더 떠 클린스만은 “유럽에 축구협회 오피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협회도 런던이나 유럽에 사무실을 열어야 한다. 70%의 선수들이 유럽에 있지 않나? 내 일은 한국을 아시안컵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기를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축구대표팀 24인 중 13명이 해외파다. 하지만 K리거도 11명, 45.8%로 결코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수비라인과 골키퍼는 대부분이 K리거다. 클린스만은 “차두리 코치가 K리그를 많이 본다”며 K리그에 대한 업무를 차 코치에게 일임한 모양새다. K리그 선수에 대해 보고만 받은 클린스만이 과연 자신의 눈으로 선수 옥석을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파 13명 중에서도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가 황의조(노리치시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이 있고,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가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세 명으로 분산돼 있다.
이강인(PSG)은 프랑스, 황인범(츠르베나)은 세르비아, 오현규(셀틱)는 스코틀랜드, 조규성(미트윌란)은 덴마크, 홍현석(헨트)는 벨기에로 유럽이라도 나라가 천차만별이다. 김승규(알 샤밥)처럼 중동파도 있다. 런던이나 뮌헨에 축구협회 오피스가 생겨도 다양하게 분산된 해외파를 전부 챙기기는 무리가 있다.
물론 해외오피스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 현지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발빠르게 직접 챙길 수 있고, 구단의 협조도 더 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 스태프가 해외파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파가 소외될 우려도 있다. 소속이 해외파라도 팀내 경쟁에 밀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국내파보다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다. K리그에서 폼이 좋은 선수도 해외파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에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뮌헨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이 어떻게 운영하는지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2부리그까지 독일에서 뛰는 일본선수만 17명이다. 협회 사무실에 전담 피지컬 트레이너가 있어 선수들이 경기 후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무실에 인력이 적다면 자칫 유럽에 오는 관계자들을 맞이하는 의전업무에 그칠 수 있다. 대표팀 스태프가 현지에 있어도 소속팀 사정을 다 알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