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대표팀 소집이 휴가였다. (체력 부담 문제를 안고 있는) 손흥민(31, 토트넘)과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는 출전시간 감소를 원치 않을 것이다."
'수장'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강조한 말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0월 평가 1차전을 치른다. 이후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베트남과 2차전을 갖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A매치 2연전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없었다. 명단 결정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을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클린스만 감독은 9일 오전 파주NFC에서 취재기자단을 상대로 기자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처럼 100명 이상의 취재진과 동시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기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간담회를 진행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일문일답
▲인사말
먼저 아시아게임 우승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왔다. 경사다. 아주 큰일이다. 축하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선수가 인상적이었나.
전에 U20월드컵에서 준우승했다고 들었다. U22세 U24세 대표팀도 봤다. 계속 관찰하고 이야기를 해왔다. 개인적으로 A대표팀 내 선수들을 많이 봤다. 어떻게 하는지 봤다. 내가 부임한 지 6개월 됐고 대표팀 소집을 네 번 밖에 못했다.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지켜봤다. 한국과 유럽,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뛰는지 봤다. 우리 타임라인이 아주 흥분된다. 선수들의 질을 봤다. 어떤 팀에서 어떻게 뛰는지 봤다. 아시안컵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지는 과정이다.
선수들 병역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처음 왔을 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배웠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다. 선수들을 보니까 그것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 이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우승해서 후련하게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안컵 우승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몸상태, 관리는?
선수들이 유럽에서 온다. 특히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까지 뛴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아 체력 부담이 덜할 것이다. 내가 대표팀에 올 때는 선수로서 특별한 순간이고 특권이라고 느꼈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난 모든 출전시간을 뛰고 싶었다. 아주 동기부여가 된다. 나에게는 대표팀 가는 것이 휴가였다. 물론 선수들의 부담은 알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피곤하겠지만 막상 오면 모두 경기에 나서고 싶어 한다.
그전까지 새로운 선수를 실험하고 지켜봤다. 이제는 11월 월드컵 예선 전까지 겨우 한 번의 소집만 남았다. 그래서 지금 팀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생각해야 한다. 김민재와 손흥민 모두 출전시간 감소를 원치 않을 것이다. 대표팀 선수라면 그렇다. 유럽과 미국 다 오간다. 김민재와 손흥민에게도 익숙한 일이다. 2-3일 쉬면 대표팀 경기 출전이 가능할 것이다.
▲손흥민, 김민재 관리는 현지에서도 문제제기를 하는데?
물론 맞다. 선수들 건강이 가장 먼저다. 소통이 두 번째다. 선수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대표팀의 의무가 있다. 오늘과 내일 선수들이 오면 이야기를 해보고 트레이닝에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겠다.
나도 15년간 독일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 뛰었다. 항상 하는 일이다. 물론 손흥민과 김민재는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그들도 한국에 와서 좋을 것이다. 클럽 코치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유럽에 가서 감독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선수들을 아끼고 있다.
▲정우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골을 넣고 득점왕했다. 대표팀에서 공격적으로 기용할 의사가 있는지
상당히 칭찬하고 싶다. 손흥민은 토트넘 후배고 정우영은 슈투트가르트 후배다. 내가 구단에서 연락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한국 선수들 좋은 이야기 많이 들어서 행복하다.
정우영은 정말 중요한 선수다. 지난 시즌에 프라이부르크에서 힘든 시즌을 보냈다. 정우영이 지난 시즌 감독의 계획에 없었지만 올 시즌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뒤에는 항상 잘 뛰면서 웃고 있다. 감독의 계획에 있을 때 선수는 행복하다. 정우영은 내 고향인 슈투트가르트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시안게임 8골 넣은 것이 슈투트가르트 신문에도 나올 정도다. 그래서 나도 좋다. 크게 웃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신문에서 정우영의 병역문제도 다뤘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도 이제 아시안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정우영이 큰 역할을 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발전할 부분은?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치렀다. 축구관점에서 아주 긍정적이다. 지난 6월엔 손흥민이 다치고 김민재는 군사훈련 갔다.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9월엔 세트피스가 많이 강해졌다.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팀과 경기했고, 웨일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팀과 경기했다. 유로2024 통과한 팀과 했다. 상대하기 어려운 팀들이다.
이번 상대 튀니지도 강한 상대다. 이집트를 이겼다. 월드컵에서 프랑스도 이긴 강팀이다. 나도 아시아팀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한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계가 있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배우는 과정에 있다. 지금은 한국 대표팀에 훨씬 친숙해졌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지금 한국팀이 아시안컵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은 기간에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언론들도 믿어야 한다. 다들 믿어줘야 한다.
차두리 코치와 (2022년) 카타르에서 한국을 보면서 아시안컵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9월에 한국 오고 5일 만에 다시 미국으로 갔다. 여론이 많이 악화됐는데, 앞으로도 미국행 계획이 있나
나도 대표팀 관계자가 이야기를 해줘서 국내여론을 알고 있다. 모두가 설명을 해줬다.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궁금해해 줘서 감사하다. 나도 최대한 K리그 경기장에 많이 갔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팀 역할은 조금 다르다. 물론 내가 K리그 감독이었다면 한국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경기가 없을 때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봐야 하고 유럽도 가야 한다.
9월에는 팀과 함께 한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왔다. 내 라이프스타일이 그렇다. 전임 감독과 달라 한국 언론에는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이 이렇다.
여가시간이 생기면 내 삶도 살 것이다. 감독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언론에서 어떤 질문을 하든지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국제 대회 토너먼트에서 이기려면 생각도 세계적으로 해야 한다. K리그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광주 포항에 대해 공부해야 하겠지만 나는 아시안컵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 유럽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번 상대 튀니지만 해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랑스에서 뛴다.
어제 전북 서울 전을 봤다. 단 페테레스쿠와 내 역할은 다르다. 그는 K리그 팀을 최대한 분석하고 많이 알아야 한다. 나는 내 상대팀이 다 해외에 있다. 그게 다른 점이다.
KFA도 ‘무빙포워드’라고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한국협회도 런던이나 유럽에 사무실을 열어야 한다. 70%의 선수들이 유럽에 있지 않나. 내 일은 한국을 아시안컵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기를 더 많이 봐야 한다.
내 사무실은 노트북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모두 부서가 있는 셈이다. 노트북만 있다면 일을 할 수 있다. 화상으로도 소통을 할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 것보다 어떤 일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주면 더 좋겠다. 내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하는지를 봐달라.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시안컵 개막이 95일 남았다. 주전과 엔트리 구상은 얼마나 완성됐나?
메이저대회에서는 지속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누가 카타르 아시안컵에 갈지, 누가 주전이 될지 후보가 될지, 살피고 있다. 토너먼트에 가서 누가 꾸준히 활약할 지도 봐야 한다. 8-9명의 선수들이 팀의 뼈대가 된다. 이 선수들은 다치면 안 된다. 물론 항상 기회는 열려 있다. 젊은 선수들도 기회가 있다. 스태프들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속팀에서 경기력 떨어지는 선수들을 선발했는데? 마지막 실험의 시기에 원래 알던 선수들 소집했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항상 문은 새로운 선수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안컵 3달 남기고 우리가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전술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한데 뭉쳐서 우승을 갈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력이 중요하다. 선수들끼리 계속 이야기하고 우승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리더인 손흥민과 김민재 이재성이 그룹을 형성하고 집중해야 한다. 우승에 굶주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SPN 패널활동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있는데
난 한국방송사의 출연 역시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소통이 중요하다. ESPN은 내 홈이다. 챔피언스리그를 보고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있고 누가 잘했는지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축구는 나에게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내가 방송을 한다고 투잡은 아니다.
BBC와 미국방송과도 이야기한다. 스카이 이탈리아 방송과도 이야기한다. 세계축구를 알기 위한 과정이다. 모든 것이 소통이다. 다른 대륙의 선수와 관계자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 방송출연으로 출연표를 받는가?
물론 방송사에서 출연료를 받고 있다. 얼마를 받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난 어린이 재단도 6개나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 밀리언달러(100만 달러) 제안도 받았다. 많은 돈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축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돈보다 중요하다.
유럽에서 대학에서도 많이 배웠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대학에서도 그렇게 배우지 않나. 그래서 나에게 매일매일이 배움이다. 내 삶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있고 지금은 한국을 배우고 싶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미국인 내 아내가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하더라. 난 아직도 11대 11 조기축구도 하고 있다. 절대 은퇴하지 않고 내 삶을 살 것이다.
▲최근 일본 전력이 강해졌는데? 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다.
한일전 라이벌 구도를 안다. 미국 감독일 때 멕시코를 상대로 비슷한 경험이 있다. 멕시코가 더 이기고 강해 보였다. 그것을 바꾸려면 일본과 매년 2-3회 붙어봐야 한다. 많은 것이 정신력 게임이다. 믿음을 가지려면 팀보다 더 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만나고 싶다.
이기든 지든 배우는 것이 있다. 눈을 쳐다보면서 내가 널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멕시코와 미국이 계속 붙었고 나중에 멕시코도 놀라면서 미국을 두려워하고 존중해 줬다. 붙어봐야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일본을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 시절 독일과 3번 붙어서 두 번 이겼다. 믿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시안컵에서 일본과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일본과 1년에 2-3번 붙어보고 싶다. 라이벌전은 양국에 좋은 것이다. 일본에 좋은 선수가 많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시안컵 결승에서 만나길 희망한다.
▲이강인이 9월에 못 왔는데, 이번 2연전 활용방안은?
이강인이 출전시간에 목말라하고 있단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적극 활용하겠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PSG 이적은 팬 입장에서 행복한 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PSG에서 뛴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다만 이강인의 상황은 매 경기 선발이 아니다. 주전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PSG는 발렌시아보다 한 단계 위의 구단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강인은 어린 선수이고 더 출전시간을 원하며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강인의 성장을 돕고 싶다. 이번에 최대한 출전시간을 주고 싶다. 큰 성장기회를 주고 싶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은 3연속 우승했는데 아시안컵 우승을 오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난 아직 배우고 있다. 24세 이하와 성인팀은 또 다르다. 한국은 병역문제 때문에 아주 굶주린 상황이었다. A대표팀은 아주 다른 레벨의 대회다. 그래서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공평하게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1월에 가서 아시안컵을 우승하고 싶다.
▲새로운 선수 발굴을 위해 K리그를 더 봐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아니다. 나도 경기 많이 봤다. 해외파와 국내파 공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파 몇 %를 뽑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차두리 코치가 경기를 많이 봤다. 미국대표팀 시절에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많이 봤다. 부임 후 7개월 간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봤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봤다.
이번만이 아니라 다음 월드컵에서 뛸 선수들이 누굴지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A대표팀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언제 어린 선수들을 올릴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계속 발전하는 과정이다. 노장들이 서서히 밀려나고 어린 선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것이 축구의 묘미다. 메시 같은 선수는 물론 오래 뛰지만 노장들은 32-33세만 되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대표팀 감독의 보람이다.
때로는 행운이 따른다. 미국시절 2016년에 스탠퍼드에서 트레이닝을 했다. 어떤 소년이 우리 선수수비를 다 뚫고 득점했다. ‘다들 봤어?’ 했다. 이미 브라질에 갈 선수명단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전화를 했다. 그 선수는 조던 모리스다. 시애틀 사운더스에서 뛰었다. 행운이 있다면 그런 선수도 나온다. 6개월 뒤에 그 선수가 미국프로팀과 백만불 계약을 했다. 내가 뽑아줬기 때문에 그랬다.
▲마지막 인사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 많은 팬들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하도록 성원해주시면 좋겠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