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원(33)이 벼랑 끝에 몰린 전북 현대를 구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전북 현대는 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정규 라운드 최종전 33라운드에서 FC서울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마지막 순간 승점 3점을 추가하며 파이널 A 합류에 성공했다. 전북은 승점 49로 대구(승점 49), 인천(승점 48), 서울(승점 47)을 제치고 4위가 되면서 '파이널 B로 떨어진 적 없는 유일한 K리그1 팀'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반면 안방에서 무너진 서울은 7위로 내려앉으며 한 끗 차로 파이널 B로 떨어지고 말았다. 벼랑 끝 승부에서 또다시 전북에 무릎 꿇으며 전북전 20경기 연속 무승(5무 15패)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은 지난 2017년 7월 맞대결 이후로 전북을 꺾지 못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전북 DNA가 발휘됐다. 전북은 후반 14분 한교원의 천금 선제골과 후반 30분 구스타보의 강력한 헤더 추가골을 엮어 서울을 무너뜨렸다. 서울도 수 차례 전북 골문을 두드리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정력 싸움에서 무릎을 꿇었다.
선제골의 주인공 한교원은 경기 후 "오늘 경기 승리가 필요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승점 3점이 필요했던 경기였다. 승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물론 여기에 만족하진 않았다. 한교원은 "파이널 A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위치도, 팬들이 원하는 위치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더 좋은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와 팬들이 원하는 니즈에 맞출 수 있다. (라커룸에서) 그런 경기력을 보여주자고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한교원은 올 시즌 힘겨웠던 이유를 '과도기'로 진단했다. 그는 "선수들끼리도 '왜 이렇게 안 될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오면서 팀적으로 과도기가 왔던 것이라 생각한다. 또 우리가 만든 상황이다. 선수들도 좋지 않은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어 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모든 사람들이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 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의 탓이 아니라 모두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도기를 빨리 이겨내야겠다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교원은 "팬들의 니즈에 맞는 경기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도 연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파이널 A에 들어가기 전 2주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잘 이용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순간 꺾이지 않는 전북 DNA의 비결은 뭘까. 한교원은 "우리 팀 자체에서 똘똘 뭉치면서 생긴 말 같다. 전북이라는 특성상 팀원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고, 최선을 다하기에 승리 DNA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렇게 승리가 따라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도 위기의 전북을 구한 주인공은 한교원이었다. 그는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에 승점 3점을 안겼다. 한교원은 다시 한번 자신의 발끝이 터지리라 예상했을까.
그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경기에 들어가진 않았다. '한 건 하겠다'라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누가 됐건 골을 넣고 승리해서 승점을 따내야 했다. 파이널 A가 아니라 파이널 B로 가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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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