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기의 순간 '전북 DNA'가 빛을 발했다. 전북 현대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FC서울을 잡아내고 극적으로 파이널 A행 막차에 올라탔다.
전북 현대는 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정규 라운드 최종전 33라운드에서 FC서울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마지막 순간 승점 3점을 추가하며 파이널 A 합류에 성공했다. 전북은 승점 49로 대구(승점 49), 인천(승점 48), 서울(승점 47)을 제치고 4위가 되면서 '파이널 B로 떨어진 적 없는 유일한 K리그1 팀'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반면 안방에서 무너진 서울은 7위로 내려앉으며 한 끗 차로 파이널 B로 떨어지고 말았다. 벼랑 끝 승부에서 또다시 전북에 무릎 꿇으며 전북전 20경기 연속 무승(5무 15패)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은 지난 2017년 7월 맞대결 이후로 전북을 꺾지 못했다.
홈팀 서울은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일류첸코-팔로세비치, 나상호-기성용-백상훈-강성진, 이태석-김주성-오스마르-박수일, 백종범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원정팀 전북도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준호-문선민, 안현범-이수빈-보아텡-한교원, 김진수-구자룡-정태욱-정우재, 정민기가 먼저 경기장에 나섰다.
양 팀이 초반부터 슈팅을 주고받았다. 전반 2분 오스마르의 롱패스부터 시작된 백상훈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전반 3분 약속된 코너킥 전개 이후 나온 김진수의 날카로운 슈팅은 골대를 넘어갔다. 1분 뒤 나온 이준호의 박스 안 슈팅도 백종범 선방에 막혔다.
나상호가 연이어 전북 골문을 위협했다. 그는 전반 13분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받아 수비 뒤로 빠져나가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왼발 슈팅은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17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박스 안 슈팅은 정민기 발에 걸렸다.
계속해서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전북은 문선민, 서울은 나상호를 앞세워 빠른 템포로 역습을 펼치며 서로의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골문을 열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서울이 선제골을 터트리는가 싶었다. 전반 추가시간 일류첸코가 넘어지면서 전방으로 공을 보냈고, 나상호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하지만 오랜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득점 취소됐다.
후반 초반 서울이 맹공을 이어갔다. 후반 11분 나상호가 좌측에서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을 조준했지만, 공은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1분 뒤 나상호의 돌파에 이은 일류첸코의 슈팅도 정민기의 멋진 선방에 가로막혔다.
위기를 넘긴 전북이 귀중한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14분 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이준호가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서울 수비가 이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한교원이 흐른 공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 모두 곧바로 교체 자원을 활용했다. 전북은 후반 15분 이준호 대신 구스타보를 넣었고, 서울은 백상훈을 빼고 지동원을 투입했다. 뒤이어 서울은 윌리안과 정현철 카드를, 전북은 맹성웅 카드까지 사용했다.
전북이 한 골 더 달아났다. 후반 30분 안현범이 왼쪽 측면으로 파고든 뒤 골문 앞으로 공을 올렸다. 이를 구스타보가 뛰어들면서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북이 굳히기에 나섰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후반 38분 한교원, 이수빈, 안현범을 빼고 아마노 준, 이동준, 최철순을 동시에 넣었다. 지친 선수들을 빼주고 최철순을 중원에 배치해 포백을 보호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은 비욘존슨까지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지만, 전북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벼랑 끝 승부는 전북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순위를 뒤집고 파이널 A에 진출한 전북과 막판에 파이널 B로 미끄러진 서울의 희비가 극명히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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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