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속 천위페이에 2세트 내줬던 안세영 "전략이었다... 뛰면서 무릎 많이 아팠다"[오!쎈 인천]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3.10.08 14: 10

'셔틀콕 여제' 안세영(21, 삼성생명)의 2022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배경엔 전략과 더불어 부상까지 덮는 정신력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모든 일정을 마친 배드민턴 선수단은 8일 오후 1시경 인천국제공항 제 1터미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세영은 금메달 2개를 목에 걸고 밝은 미소로 자신들을 환대하는 팬들에게 고마움의 고개를 숙였다.
한국 배드민턴은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단식에서 금메달 2관왕을 거머쥔 안세영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8 /cej@osen.co.kr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중국을 꺾고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여자 개인전에서도 ‘천적’ 천위페이(3위, 중국)를 꺾고 금빛 메달을 따냈다. 부상 투혼 속 정상에 섰다.
안세영은 지난 1일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2-0(21-12 21-13)으로 완파하며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어 7일 개인전에서도 천위페이를 2-1(21-18 17-21 21-8)로 꺾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다.
1일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안세영이 몸을 날려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2023.10.01 / dreamer@osen.co.kr
안세영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32강에서 천위페이에 패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후 무섭게 성장한 그는 리턴매치에서 천위페이를 무릎 꿇리며 복수에 성공했다.  
개인 결승전 1세트 때 안세영은 아찔한 부상과 마주했다. 18-17 상황에서 수비 도중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빠르게 의료진이 달려와 아이싱을 했지만, 안세영은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그는 잠시 후 다시 일어나 경기를 펼쳤고, 연속 득점을 따내며 21-18로 1세트를 따냈다.
무릎에 테이핑과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안세영은 2세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 여파 때문인지 이전과 같은 경기력이 아니었다. 안세영은 수비에서 흔들리며 2-7로 끌려갔고, 5-11로 중간 휴식 시간을 맞이했다.
안세영은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추격해 봤지만, 무릎을 크게 굽히는 수비 동작에서 애를 먹었다. 천위페이도 꾸준히 네트 앞쪽으로 공을 보내며 약점을 파고들었다. 결국 안세영은 17-21로 2세트를 내줬다.
30일 오전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4강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한국 안세영이 단체전 첫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09.30 / dreamer@osen.co.kr
운명의 3세트. 안세영이 다시 힘을 냈다. 그는 끈질긴 수비와 절묘한 공격으로 천위페이를 괴롭히며 5연속 득점을 올렸다. 안세영은 11-5로 앞선 채 마지막 인터벌을 맞았다.
경기 내내 안세영의 편이 아니던 네트 행운까지 따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천위페이는 실수를 연발하며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안세영은 15-6까지 달아나며 크게 점수 차를 벌렸다. 기어코 3세트를 따내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공항에서 안세영은 “이보다 기쁠 순 없을 것 같다. 꿈꿔 왔던 순간이다. 하나씩 이뤄가니 너무 행복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부상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1세트, 오른쪽 점프 동작을 할 때 무릎이 펴지는 동작에서 통증을 느꼈다. 그때 무릎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껴 의료진을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다친 뒤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첫 세트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보니 스트록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쳐서 그런지 (몸에) 힘이 빠지고 편해졌다. 그래서 오히려 스트록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잘 풀려가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라고 들려줬다.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단식에서 금메달 2관왕을 거머쥔 안세영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8 /cej@osen.co.kr
더불어 안세영은 “더 집중하고 더 잘 뛸 수 있었더라면 2세트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저의 전략은 그게 아니었다. 2세트는 그래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어떻게 보면 빨리 끝내는 게 좋은 거 일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급해지면 안 되는 선수라 이긴다는 생각보단 공 하나 칠 때마다 감각 살려 쳐보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안 다쳤더라면 스피드를 더 올려서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을 텐데 다친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일단 체력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랠리를 길게 가져가고 상대 선수를 멀리 뛰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부상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전했다.
이어 안세영은 현재 무릎 상태에 대해선 "일단,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걷는데엔 지장 없다. 뛸 순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기 뛰면서 매우 아팠다고. 그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겨내자는 생각만 했다.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고 덧붙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0도쿄올림픽 때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뚫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를 냈다. 안세영은 “항상 천위페이에 지면서 벽이라고 느꼈던 선수를 이기고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하면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실패까지 해본 게 가장 큰 동기부여다. 그동안 지는 상황에서 많이 배웠고, 그 상황이 저를 이렇게 잘 성장하게 만들어줬다”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꿈을 꾸니 할 수 있고, 이루어지는 게 신기해서 더 도전하게 된다. 앞으로 2024파리올림픽도 기대된다. 제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파리에서도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설렌다”고 웃었다.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단식에서 금메달 2관왕을 거머쥔 안세영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8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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