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펄펄 날아다녔던 손흥민(31)이 제임스 매디슨(27, 이상 토트넘 홋스퍼)과 집안싸움을 펼친다. 둘은 팬들이 직접 뽑는 잉글랜드 선수노조협회(PFA) 9월 이달의 선수상을 놓고 다툰다.
PFA는 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PL) 팬들이 선정하는 9월 이달의 선수 후보를 공개했다. 총 6명으로 꾸려진 명단에는 손흥민을 비롯해 매디슨과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부카요 사카(아스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이 포함됐다.
PFA는 "손흥민은 번리전 해트트릭과 북런던 더비에서 터트린 결정적인 멀티골을 포함해 리그 6골을 기록했다. 아스날전에선 두 골 모두 매디슨의 어시스트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9월은 손흥민은 달이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PL 4경기에 출전해 무려 6골을 몰아치며 PL 득점 랭킹 2위에 올랐다. 9월 PL에서 손흥민보다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8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홀란도 5골을 기록했다.
지난달 2일 번리전 해트트릭이 시작이었다. 히샬리송을 대신해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16분 동점골을 기록하며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그는 마노르 솔로몬이 내준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칩샷으로 골망을 갈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솔로몬의 땅볼 패스를 정확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두 번째 골을 터트렸고, 후반 21분엔 페드로 포로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아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 후 침착한 왼발 마무리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는 중앙 공격수 손흥민의 활약이었다.
손흥민의 발끝은 강팀을 상대로도 빛났다. 그는 최대 라이벌 아스날 원정에서 멀티골을 터트렸고, 리버풀을 상대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24일 아스날 원정에서 매디슨의 패스를 받아 두 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팀이 한 골 차로 끌려갈 때마다 동점골을 터트리며 2-2 무승부를 이끌었고, 토트넘 역사상 처음으로 아스날 원정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선수가 됐다. 그 덕분에 토트넘도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리버풀전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손흥민은 지난 1일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여 전반 35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는 왼쪽에서 히샬리송이 내준 공을 정확히 돌려놓으며 개인 통산 유럽 무대 200골 고지를 밟았다. 토트넘도 6년 만에 리버풀을 잡아내며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이제 완전히 원톱으로 자리를 굳힌 손흥민은 9월 PL 공식 이달의 선수상 수상도 유력하다. 그는 훌리안 알바레스(맨시티)와 재로드 보웬(웨스트햄), 올리 왓킨스(아스톤 빌라), 페드로 네투(울버햄튼), 살라, 트리피어와 함께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PL 홈페이지는 "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9월에 중앙 공격수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 맹활약을 펼쳤다. 그가 기록한 6골 덕분에 토트넘은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선두 맨시티에 승점 1점 모자란 2위로 9월을 마쳤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PL에서 패배가 없는 팀은 토트넘과 아스날(이상 5승 2무) 두 팀뿐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쏘니'를 증명하고 싶다"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손흥민. 그의 활약은 평점으로도 드러난다. 그는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9월 평균 평점 7.69점을 기록하며 9월 이달의 팀에도 선정됐다. 그는 홀란(7.73점)과 함께 투톱을 형성했다.
이제 손흥민은 팬들이 뽑은 PL 9월 최고의 선수도 정조준한다. 그는 PFA 팬 선정 이달의 선수상 후보 6인에도 이름을 올리며 PL 사무국 선정 이달의 선수상과 함께 2관왕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아주 크다. 손흥민은 6골로 가장 많은 득점을 터트린 데다가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무패 행진에도 큰 힘을 보탰다. 경쟁자들인 홀란(5골 1도움)과 사카(2골 2도움), 알바레스(2골 3도움) 등과 비교해도 우위다.
물론 변수는 있다. PFA 팬 선정 이달의 선수상은 어디까지나 팬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객관적인 활약보다는 팬심이 중요하다. 팬들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투표하는 시스템이기에 결국엔 각 팀 팬들이 얼마나 뜨거운 화력을 뽐내는가가 수상자를 가릴 전망이다.
게다가 토트넘 집안싸움도 펼쳐진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매디슨 역시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지난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매디슨은 9월 들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공격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만약 토트넘 팬들의 표심이 갈린다면 손흥민과 매디슨 모두 표 싸움에서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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