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61년 만에 아시안게임 농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국민이 농구에 미쳤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필리핀은 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요르단을 70-6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필리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아시안게임 4연패를 차지하며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다. 필리핀은 통산 5회 우승으로 8회 우승의 중국에 이어 최다우승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4회 우승(70년 방콕, 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으로 3위다.
필리핀의 우승주역은 두 명의 귀화선수 저스틴 브라운리(35)와 앙제 쿠아메(26)였다. 결승전에서 브라운리는 2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쿠아메도 14점, 11리바운드로 뒤를 받쳤다. 브라운리는 중국과 4강전 막판 결승 3점슛을 포함해 연속 8득점을 몰아치며 기적적인 역전승을 이룬 주역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는 종전까지만 해도 귀화선수의 출전을 한 명만 허용했다. 그마저 해당국에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필리핀이 2014년 인천대회서 안드레이 블라체의 출전을 추진하다 무산된 이유였다.
미국태생 브라운리는 PBA에서 외국선수로 뛰며 KBL 구단에서도 오랫동안 영입을 검토했던 실력자다.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귀화한 쿠아메는 신장이 211cm에 달한다. 어떻게 두 선수가 필리핀 국가대표로 동시에 뛴 것일까.
지난 9월 농구월드컵에서 만난 필리핀 농구관계자는 OSEN과 인터뷰에서 “OCA가 더 이상 3년 거주 요건을 따지지 않고 해당국가 여권만 있다면 선수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필리핀농구협회장이 OCA 회장과 만나서 담판을 지었다”고 밝혔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은 금메달에 사활을 걸었다. 국민정서상 다른 종목을 다 못해도 최고 인기스포츠 농구가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권까지 나서 농구대표팀의 금메달을 공약으로 걸 정도다. 이번 대회서 필리핀은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농구만큼 화제가 되는 종목은 없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농구에 미쳤다. 필리핀에 월급이 30만원 미만인 노동자들이 다수지만 귀화선수에게 수억 원의 연봉을 주는 것을 국민 대부분이 찬성한다. 그만큼 필리핀은 귀화선수 영입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체육부 장관까지 나서 직접 귀화선수 서류를 통과시켜주는 나라다.
필리핀의 결승상대 요르단 역시 미국이중국적자 론대 홀리스 제퍼슨이 귀화선수로 뛰었다. 제퍼슨 역시 요르단에서 3년 거주한 적은 없는 선수다. 제퍼슨은 결승전에서도 24점을 올리며 요르단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211cm의 센터 존 보해넌도 미국과 요르단 이중국적자다. 두 선수가 없었다면 요르단의 결승진출도 없었다.
2018년 특별귀화 후 한국대표팀에서 오랫동안 귀화선수로 뛴 라건아는 일본과 7,8위 결정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라건아 이후 귀화선수 대안은 없다.
농구협회는 ‘문태종 아들’ 재린 스티븐슨의 특별귀화를 추진했으나 난항에 부딪쳤다. 문체부에 특별귀화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하고, 객관적 기량을 증명할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재린 스티븐슨은 2023 클래스 ESPN 랭킹 전미 41위의 유망주로 앨라바마대에 입학했다. 학생선수는 당연히 소득이 없다. 문체부에서는 NBA 유망주인 재린 스티븐슨이 객관적 실력을 증명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