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김가은(25, 삼성생명)이 말도 안되는 논란으로 해명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김가은의 해명조차 거짓말이라고 폄하되고 있다.
김가은은 지난 1일 중국과 가진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 3번째 매치 단식 주자로 나서 허빙자오(중국)를 2-0으로 물리쳤다. 김가은의 이 승리로 한국 여자 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2014년 광저우 대회 결승 때 중국에 0-3으로 패한 아픔을 9년 만에 고스란히 되갚았다. 이번 대회 한국 배드민턴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김가은은 금메달 확정 후 감격에 젖은 듯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성지현 코치와 함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을 김가은에 패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허빙자오의 모습과 비교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등장했다. 마치 김가은과 성 코치의 표정과 세리머니가 마치 눈물을 흘리는 허빙자오를 흉내내는 조롱처럼 보이게 짜깁기한 것이다.
이 악의적인 편집 영상은 순식간에 중국 소셜 미디어에 퍼졌다. 이 영상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김가은의 소셜 미디어에 달려가 악플 테러에 나섰다. 누적 조회수는 1억회를 훌쩍 넘겼다.
김가은이 성 코치와 승리 기쁨을 나누는 순간은 허빙자오가 공허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 보는 장면과 시차가 있다. 게다가 우승으로 기쁨을 표출하기 바쁜 선수가 상대를 조롱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김가은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닫았다. 그리고 지난 5일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6일 중국 'BRTN(베이징 라디오 텔레비젼 네트워크)'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김가은은 논란이 된 영상에 대한 질문에 "그걸 좀 빨리 물어봐줬으면 했다"면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김가은은 그 행동에 대해 "우리가 게임에 들어가기 전부터 '만약 내가 이기면 끝나니까. 내가 이기면 우리 울지 말자. 울 것 같으면 이렇게(위를 쳐다보면서) 참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울 것 같으면 이런 세리머니를 할 거다'라고 미리 말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실제 내가 이겼고 성지현 코치께서 울고 계셨다. 그래서 '왜 울어요. 울지 마요'라고 하면서 이렇게(이런 세리머니를) 한 거다. 우리는 우리끼리 그렇게 서로 기뻐하느라. 상대 선수가 어떤 제스처를 했는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 중계만 봤어도 그런 이슈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짜깁기한 영상으로 그렇게 이슈가 돼서 안타까웠다"면서 "제일 걱정됐던 것은 혹시나 진짜 허빙자오 선수가 보고 오해할까봐.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고 씁쓸해 했다.
특히 김가은은 의도적이었냐는 질문에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지 절대 일부러 한 게 아니다. 허빙자오 선수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면서 "그런게 개인적으로 너무 이슈가 돼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강조했다.
김가은의 해명 내용은 중국 포털 '소후닷컴'을 통해서도 자세히 실렸다. 허빙자오를 흉내낸 의혹을 받고 있는 김가은이 해명을 내놓았다고 이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김가은의 해명에도 중국 누리꾼들의 혐오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BRTN'에 오른 영상이 92만 회가 넘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여전히 "우리가 장님이라고 생각하나", "이전 행동은 중국 선수에 대한 모욕이지만 이번에는 중국 국민의 IQ에 대한 모욕"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