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보다 자존심이 달려있다. 다시 만난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6일 오후 1시 중국 광저우 저장대 체육관에서 일본을 상대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7-8위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이 이기든 지든 이미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성적은 확정됐다. 종전 기록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위다. 다만 순위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겨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상대가 우리에게 한 번 패배를 안긴 일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일본에게 3점슛 17개를 허용하며 77-83으로 패해 메달획득 계획이 꼬였다. 일본만 이겼다면 한국이 조 선두로 수월하게 8강에 직행하는 상황이었다. 8강 상대도 대만, 4강 상대도 요르단으로 대진표도 쉬웠다.
하지만 한국의 방심과 준비부족이 참사를 불렀다. 일본은 농구월드컵 예비엔트리 25인에 한 명도 들지 못한 3군 전력이다. 그럼에도 1진과 시스템과 전술, 철학을 공유한 일본 신예들은 무서웠다.
일본은 한국전에 출전한 선수 11명이 전부 3점슛을 던졌고, 그 중 10명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출전한 선수 전원이 3점슛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가장 많은 3점슛 3개를 넣은 선수는 2001년생 206cm 센터 이치카와 마사토(22)였다. 3점슛 라인보다 더 먼 거리에서도 거침없이 3점슛을 던졌다. 한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못 이길 상대가 절대 아니다. 일본은 8강전서 대만에게 66-85로 대패를 당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3점슛은 32개를 던져서 5개만 성공하며 16%에 그쳤다. 대만이 리바운드에서 일본을 54-35로 압도했다. 대만의 귀화선수 윌리엄 조셉(17점, 10리바운드)과 모하메드 알 바치르(19점)가 다득점을 했다. 190cm 린팅치엔은 28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폭격했다. 한국의 패배가 대만에게 힌트를 준 셈이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5-8위 결정전에서도 74-79로 역전패를 당했다. 사우디 역시 일본의 3점슛 수비에 중점을 뒀다. 일본은 3점슛 13/42, 31%를 기록했다. 여전히 3점슛을 많이 던졌지만 성공률은 한국전의 41%처럼 높지 않았다. 일본의 3점슛을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우디 역시 리바운드에서 50-29로 일본을 압도했다.
종합하면 일본전 필승공식은 3점슛 수비다. 초반부터 타이트하게 붙어서 최대한 성공률을 떨어뜨려야 한다. 김종규, 하윤기 등 기동력 좋은 빅맨이 한 명 뛰고 나머지 네 명의 선수들은 스피드와 활동량 좋은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일본 빅맨의 3점슛까지 적극 견제해야 한다. 에너지가 떨어진 라건아보다는 국내 빅맨의 활약이 중요하다.
일단 일본의 3점슛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롱리바운드가 대거 발생한다. 한국이 이를 모조리 잡아서 속공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5명 전원이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고, 잘 뛸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해야 한다. 이란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하윤기의 상태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윤기가 못 뛰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김종규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한일전 패배 후 일본프로농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우리도 한국을 이길 줄 몰랐다”고 했다. 경험 삼아 내보낸 3군이 한국 정예를 잡을 줄은 일본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월드컵에서 3승을 따내 아시아 1위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일본은 이제 아시아보다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비록 한국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되찾아 와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