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동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대한민국 여자농구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은 5일 오후 5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 북한과 맞대결을 펼쳐 93-63로 대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10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동메달에 이어 4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한 게 됐다.
김단비(33, 우리은행)는 이 경기로 13년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단비는 마지막 경기에서 3점포 3개를 포함, 21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경기종료 후 김단비는 붉어진 눈시울을 하며 믹스트존에 등장했다. 그는 "안 울려고 했는데 애들이 갑자기 '언니 운다. 언니 운다' 그러니까 애들 때문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애들이 자꾸 울었다. 왜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다"라고 급하게 설명했다.
김단비는 "저도 마지막에 눈물이 좀 나기는 했다. (이)경은 언니랑 저랑 마지막이라고 사진도 남겨줬다. 되게 울컥했다"라고 덧붙였다.
김단비는 3쿼터부터 3점 슛을 끝없이 시도했다. 그는 "전반에 너무도 공격이 안 됐다. 슛을 쏘는데 '이거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어도 안 들어갔다. 저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체가 그랬다. 그래서 제가 '후반에 들어갈거다'라고 말했다. 나도 한번 쏴보자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약간 물꼬 터지듯이 하나가 들어간 순간 자신감이 딱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김단비는 이 경기 205cm의 박진아를 앞에 두고 딥쓰리를 성공했다. 이에 김단비는 "감독님이 큰 선수는 내보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전반에 박진아 선수한테 블록 하나를 세게 당했다. 그래서 '저 선수 앞에서 나도 하이라트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박진아 선수가 저한테 걸리자마자 '이거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쿼터부터 파울 판정 자체가 북한 쪽으로 많이 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몸싸움도 못할 정도였다. 멘털이 흔들렸지만, 파울 2개가 있다고 해도 수비를 안 하면 안 된다. 다른 선수들이 있기에 제 플레이 그대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김단비는 앞서 4일 일본과 준결승에서 패배한 뒤 "우리나라 선수들이 하나 알아야 될 게 있다. 우리나라에서 잘한다고 최고가 아니다. 저도 리그에서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해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다"라며 "후배들은 정체하지 않았으면 한다. 리그에서 연봉을 많이 받고 있고 에이스라고 해도 결국 시합에 나오면 그 정도 선수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쓴소리를 뱉었다.
이에 그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여자 농구 모든 선수들한테 남긴 말이다. 말하고 나서 '너무 오지랖 부렸나'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그래도 누군하 한 명은 이런 말을 해줘야 한다고 해줬다. 제가 총대 맸다. 앞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다 노력했으면 좋겠고 다음에는 동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대한민국 여자농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단비는 "끝인가요?"라는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에 "저 이제 못 뛰겠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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