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은 잘 안 보이고, 실수하면 크게 보이는 자리. 백승호(26, 전북)의 자리다.
황선홍(55)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은 4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4강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서 정우영(24, 슈투트가르트)의 멀티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상대 중 하나로 여겨졌던 우즈베키스탄을 잡아낸 황선홍호는 이제 결승전으로 향한다. 결승전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한국은 이 경기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이강인의 프리킥이 엄원상에게 이어졌고 엄원상은 비어 있던 정우영을 봤다. 정우영은 가볍게 밀어 넣으며 포효했다.
쉽게 풀릴 것 같던 경기,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 26분 백승호 율도셰프 이브로킴칼릴의 드리블 돌파를 파울로 막아섰다. 위험한 위치에서 내준 프리킥, 공 앞에는 우즈벡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자수르베크 잘롤리디노프가 섰다. 자롤리디노프의 프리킥은 백승호의 머리를 스친 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에서 치른 6경기에서 딱 3번 실수했다. 그리고 이 중 2번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황선홍호에서 수비 라인을 보호하고 수비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은 백승호는 잘하는 것보다 실수하는 장면이 더 크게 티 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3번의 실수도 커보이는 것.
경기 종료 후 만난 백승호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이 왔다. 최선을 다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계속 나온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백승호의 실수에 관한 기사,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는 상황. 백승호는 "기사에서도 그렇고 자꾸 실수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고 싶다. 오늘도 열심히 하다가 반칙을 했고 또 슛이 제 쪽으로 오는데 피할 수도 없었다"라며 답답했던 심정을 밝혔다.
이 경기 실수를 뒤로한 백승호는 전반 막판 머리로 공을 떨궈주면서 득점 장면에 관여하기도 했다.
백승호는 "경기 전부터 마치 제가 혼자 뛰는 것처럼 '저만 잘하면 결승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야 만족을 하시는지 물어보고 싶다"라며 "말씀드리고 싶은 건 끝까지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백승호는 "주변에서 이야기가 나오니까 전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멘털은 괜찮다. 아쉽고 선수들한테 미안하다. 결국에는 결과가 잘 나왔고 선수들이 잘 이겨내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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