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서 한국농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터졌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4일 중국 광저우 저장대 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5-8위 결정전’에서 이란에게 82-89로 패했다. 7-8위 결정전으로 밀린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 최저순위를 확정지었다. 종전 기록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위다.
한국은 허훈, 변준형, 이우석, 하윤기, 라건아로 선발명단을 짰다. 초반부터 내리 4점을 준 한국은 0-4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라건아의 3점슛과 하윤기의 점퍼가 터지면서 5-7로 추격을 시작했다.
한국은 포스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윤기는 3점슛 라인까지 밀려나와서 공을 잡았고, 이우석은 제대로 공을 넣어주지 못했다. 라건아도 페인트존 바깥에서 무리하게 밀고 들어가 공격했다. 에어볼이 속출했다. 그나마 라건아의 외곽슛 감각이 좋았다. 이우석의 3점슛으로 한국이 1쿼터 중반 12-11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하메드 하다디가 은퇴했고 세대교체에 실패했지만 이란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김종규의 3점슛과 라건아의 선전으로 쫓아갔다. 이우석의 3점슛이 실패하며 한국이 20-21로 1쿼터를 뒤졌다.
2쿼터 라건아가 연속 3점슛을 터트려 분위기를 바꿨다. 2쿼터 중반까지 3점슛 3개 포함 16점을 몰아친 라건아의 활약으로 한국이 33-27로 전세를 뒤집었다. 변준형까지 살아난 한국이 48-40으로 전반전을 앞섰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한국은 3쿼터 시작 후 5분간 3점에 묶이며 10점을 내줬다. 순식간에 51-50으로 1점차가 됐다. 흥분한 라건아가 쓸데없는 파울까지 범했다. 한국은 3쿼터 후반 58-64로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은 204cm 신장에 덩치가 좋은 이란센터 메이삼을 막지 못했다. 변준형의 득점으로 점수를 좁혔지만 메이삼에게 계속 실점했다. 그는 4쿼터 초반 이미 13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이란의 외곽포를 막지 못한 한국은 4쿼터 종료 6분을 남기고 69-81로 12점을 뒤졌다.
추일승 감독이 전성현을 넣어 일발역전을 노렸지만 그의 3점슛은 빗나갔다. 허훈의 3점슛이 터져 74-81로 추격했다. 뻥뻥 뚫리는 수비는 대책이 없었다. 종료 4분여를 남기고 9점을 뒤진 추 감독이 다시 한 번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허훈의 에어볼로 공격권을 내줬다.
변준형은 중요한 순간에서 자유투 2구를 얻었지만 1구를 실패했다. 속공에서 이우석의 공격자파울이 나왔다. 변준형의 패스를 놓친 라건아는 주먹으로 골대를 때렸다. 종료 3분전 점수 차는 다시 10점으로 벌어졌다.
허훈이 플로터로 2점을 만회했다. 중요한 순간에 하윤기마저 오른쪽 발목을 다쳐 교체됐다. 한국의 실수를 이란이 속공 2점으로 연결했다. 종료 1분을 남기고 10점차. 패배를 직감한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전성현의 3점슛이 뒤늦게 터졌지만 너무 시간이 없었다.
결국 한국은 막판 추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역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라건아가 23점, 7리바운드로 선전했고, 허훈이 18점, 8어시스트를 보탰다. 하지만 한국농구가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마당에 개인기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국농구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 jasonseo34@osen.co.kr